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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체를 읽으면 좋은 이유 IV – 삶을 사랑하는 방법

앞서 글에서 살펴본 대로, 니체는 프로이트와 융에 앞서 뛰어난 정신분석적 사유를 내놓았다. 프로이트는 정신적 힘의 원천을 ‘리비도’라고 하는 성적 욕망에서 비롯된 에너지라고 파악했다. 그는 이성적이지 않은 어두운 정신의 힘을 느끼고 그걸 통제하려 했다. 니체도 그 힘의 원천을 알아차렸지만 프로이트처럼 체계화하고 이름을 붙이지는 않았다. 하지만 그 커다란 힘 전체를 사람의 운명을 펼치는 데 사용하려 했다. 아래 <짜라두짜는 이렇게 말했다> 책 구절을 읽어보자.

형제들! 전쟁과 전투는 악이라고 생각해?
하지만 미덕과 미덕 사이의 시기, 불신, 비방은 필요하지!
자네의 미덕 하나하나는 제각기 가장 높은 자리를 차지하기 원하거든.

미덕은 제각기 자네의 정신 전체를 원하지.
자네의 정신이 그 미덕을 알리는 전령이 되기를 원하지.
자네의 분노, 증오, 사랑이 들어 있는 에너지 전체를 원하는 거야.

짜라두짜는 미덕이 서로 다투는 전쟁을 얘기하고 있다. 사람 머리 속의 정신적인 싸움이다. 각각의 미덕은 전체 정신을 차지하기 위해 싸우는데 이는 ‘분노, 증오, 사랑이 들어 있는 에너지 전체’ 를 얻기 위해서이다. 이렇게 합쳐진 정신의 힘으로 최고의 운명을 쫓으려 했다. 운명은 amor fati 즉 운명애(運命愛)로부터 시작하는데 운명을 사랑함으로써 운명을 얻게 된다는 말이다. 말은 쉽게 들리지만 실행이 쉬운 건 아닌 것 같다. 시시각각 맞이하는 상황과 그게 합쳐진 운명이 꼭 즐거울 수 없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짜라두짜는 다시 도움되는 말을 해준다.

그래. 우리는 삶을 사랑하지.
하지만 삶에 익숙하기 때문에 삶을 사랑하는 게 아니야.
사랑에 익숙하기 때문에 삶을 사랑하는 거지.
나도 삶을 사랑해.

내 경우엔 나비나 비누거품 같은 것들이
행복을 가장 잘 이해하고 있다고 생각돼.
사람들 중에 나비나 비누 거품 같은 특성을 가진 사람들이
행복을 가장 잘 이해하고 있다고 생각돼.

삶이 저주스러워 질 때도 있고 사랑스러워 질 때도 있다. 이건 얼굴 표정과 분위기에서 잘 드러나기 때문에 삶을 사랑하는 사람은 주위 사람들을 밝혀 주는 존재로 느껴진다.

이제 햇빛 아래서 날아다니는 나비와 거품을 생각해보자. 햇살은 세상을 고루 비추는 사랑과 같고 나비는 그걸 날개에 쪼이며 날아다닌다. 나비는 궤도를 따르지 않고 바람과 꽃망울을 따라 팔랑팔랑 움직인다. 비누거품 역시 자유롭게 떠다니는 존재이다. 투명한 무지개 빛을 띠며 잠시 예쁘게 빛나다 사라진다. 나비와 비누거품 둘 다 이곳 저곳에서 티없이 피고지는 사랑의 마음을 상징한다.

하지만 삶에서 사랑을 잃어버리면 어떤 모습을 나타날까? 무라카미 하루키의 작품 ‘상실의 시대(Norwegian Wood)’ 에는 사랑 없이 허무에 빠진 사람들이 그려져 있다. 주인공 와타나베는 기숙사 선배인 도쿄대 법학부의 나가사와와 함께 카페나 술집을 돌아다니며 하룻밤 동침할 여자를 찾는다. 나가사와는 명문 집안 출신에 일본 최고 학부를 다니는 엘리트이다. 하지만 삶에 고차원적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에게 삶의 모든 것은 게임처럼 느껴졌다.

공부에 집중해서 어려운 고시에 합격하는 것도 안면도 없던 여자를 유혹해서 하룻밤 같이 자는 것도 자기 능력을 시험하는 게임이고, 좋은 결과에 한 번 웃으며 만족하면 되었다. 나가사와 보다는 인간미가 있던 와타나베는 그의 여자 헌팅에 동참하면서도 무언가 심각하고 의미 있는 것을 찾는다. 아래는 이에 대한 차라투스트라의 가르침이다. 니체가 나가사와 같은 사람들을 어떻게 생각하는지가 드러난다.

아, 숭고한 희망을 잃어버린 고귀한 사람들을 알지 …
한 번 그렇게 되고 나니까 숭고한 희망 전체에 대해 비웃고 다니더군.
찰나의 쾌락을 쫓아 뻔뻔하게 살더군.
그날 하루를 넘어서는 목표라곤 전혀 없이.
“정신 역시 감각적 쾌락일 뿐이다.”라고 말하더군.

정신의 날개가 부러진 거지.
부러진 날개가 정신에 들러붙어
날개에 자양분을 공급해 주는 정신을 온통 지저분하게 만든 거야.

한때 그들은 영웅이 되는 것을 추구했었지.
지금 그들은 쾌락에 빠져 사는 방탕아들에 불과해.
지금 그들에게 영웅이란 고통이고 공포일 뿐이지.

하지만 나의 사랑과 희망으로 자네에게 간절하게 부탁할게.
제발 자네 영혼 속의 영웅을 내치지 마!!
자네의 숭고한 희망을 간직해!

이어지는 글 – 니체를 읽으면 좋은 이유 V