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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라임 오렌지 나무 – 미운 오리 새끼와 백조

바쁘기만 한 학교와 직장에서는 진정한 인간관계를 맺기가 어렵다. 모두들 외로운 섬처럼 고립되어 살아간다. 분명 친한 것처럼 느껴지는 동료가 있지만, 그건 같이 일할 동안만 느끼는 착각일 때가 많다. 직장을 옮기고 공유할 게 없어지면 인간관계는 기능을 다한다. 텔레비전 화면에서 사람 얼굴이 꺼지듯 나는 그 사람이 필요한 존재에서 지워져 버린다.

하지만 상황이 이렇다고 냉소에 빠질 필요는 없다. 진심 어린 작가가 쓴 진심 어린 글을 읽으면 세상에는 잇속을 초월한 괜찮은 인간 관계가 있다는 것을 확신할 수 있기 때문이다. 나는 나의 라임 오렌지 나무 를 읽으며 영화 게이샤의 추억(Memoirs of a Geisha)이 생각났다. 두 작품 모두에서 어린아이가 주인공으로 등장한다. 한 명은 소년이고 다른 한 명은 소녀였지만 부모의 사랑을 받지 못하고 버림받았다는 공통점이 있다.

게이샤의 추억의 주인공 치요(오고 스즈카 분)는 딸을 다 키우면 굶어 죽을 형편이던 집안에서 났다. 치요의 부모는 하는 수 없이 치요는 게이샤 집에 하인으로, 치요의 언니는 홍등가에 돈을 받고 판다. 어린 나이에 어머니 아버지에게 이런 식으로 버림받은 치요의 마음은 많이 아팠을 것이다. 게이샤 집에서도 학대 받으며 하녀 일을 하던 중 이와무라 회장(와타나베 켄 분)을 만난다.

그는 길거리에서 훌쩍훌쩍 울고 있던 소녀 치요를 발견하고는 빙수를 사주며 위로의 말을 해준다. 지금은 울고 있지만 커서는 훌륭한 게이샤가 될 것이라고(게이샤는 일본에서 단순한 기생이 아니라 미모와 교양을 갖춘 예능인의 위치에 있었다). 그 순간 희망 없이 살아가던 소녀는 하나의 꿈을 품는다. 치요는 회장에게서 받은 돈을 손에 쥐고 천 개의 주(朱)색 기둥이 늘어선 길을 달려 신사로 간다. 한 달을 배불리 먹을 수 있었던 동전을 전부 신전에 바치고는 진심을 다해 기도한다. 꼭 게이샤로 성공해서 회장을 다시 만나게 해달라고.

나의 라임 오렌지 나무에서 주인공 제제는 뽀르뚜가(마누엘 발라다리스)를 만나면서 비슷한 감격에 젖는다. 빈민가 소년인 제제는 싸움만 일삼아 가족들로부터 검은 양 취급을 받았다. 제제의 말을 진심으로 들어주는 사람은 없었고, 사소한 잘못에도 두들겨 맞았다. 하지만 뽀르뚜가는 그의 거친 행동 이면에 애정을 갈구하는 순수함이 있다는 것을 알아본다. 집 뒤 뜰에 있는 라임 오렌지 나무를 사람인 것처럼 생각하고 대화를 하는 것도 소통 할 수 있는 사람을 그리워해서 보인 행동이었다.

제제의 인생은 그를 유일하게 이해하고 사랑해주었던 뽀르뚜가로 인해 완전히 변한다. 미운오리새끼는 백조가 되었고, 처음 받은 사랑은 감격스러워서 평생 잊을 수 없는 것이 되었던 것이다. 작품은 이제 48세의 어른이 된 제제가 죽은 뽀르뚜가를 그리움에 회상하며 말을 하는 것으로 결말을 맺는다. 눈물 없이 읽기 어려운 부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