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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예정된 전쟁> – 미국은 소련과 일본의 힘을 조정했고, 이제는 중국에게 그러려고 한다

 
대한민국의 최대 적대국은 북한이다. 국방백서의 ‘주적’ 표현이 올해 1월 삭제되긴했다. 하지만 그걸 지운다고 북한이 우리나라를 적이 아닌 친구로 생각할지는 의문이다.
 
그러면 현재 세계 최강국인 미국의 주적은 누구일까? 대답은 간단하다. 중국이다. 냉전 시대에는 소련이었고, 한때는 동맹국 일본이 헤게모니를 차지할 경쟁국으로 여겨졌었다. 하지만 지금 미국은 안보 역량의 중심을 중국 봉쇄에 두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 의해 2018년 8월 통과된 화웨이 제제(미 정부 유관기관에서 화웨이 장비를 사용하는 것을 금지)는 국방수권법안(National Defense Authorization Act.)에 의한 것이었다.
https://money.cnn.com/2018/02/14/technology/huawei-intelligence-chiefs/index.html
 
중국이 야심차게 추친하고 있는 대륙 해양 프로젝트 일대일로(一帶一路; Belt and Road Initiative, BRI) 또한 미국 안보에 위협으로 여겨지고 있다. 냉전 시절 미국은 소련 봉쇄를 위해 서유럽을 중심으로한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North Atlantic Treaty Organization)를 세웠고, 동아시아에는 일본과 우리나라를 중심으로한 안보 동맹을 구축했다. 만일 중국이 일대일로를 통해 동아시아 – 남아시아 – 중동 – 유럽을 아우르는 우호적 경제 벨트를 구축하면 나토나 일본 한국의 봉쇄 역할이 희석되어 버린다.
 
그래서 미국은 올해 3월 이탈리아가 서방선진국 모임 G7 최초로 중국과 일대일로 MOU를 체결하자 경고 메세지를 보냈다. 백악관 안보담당 대변인(White House National Security Council spokesperson)인 가렛 마르퀴스(Garrett Marquis)는 “이탈리아가 중국의 일대일로 프로젝트에 참여하는 것은 경제에 도움 되지 않을 것이며, 이탈리아의 국제적 명성만 해칠 것” 이라고 말했다.
https://www.reuters.com/article/us-china-italy-belt-and-road/italy-aims-to-sign-preliminary-belt-and-road-deal-with-china-idUSKCN1QN0D4
 
​냉전 시대 미국의 소련 봉쇄는 결국 세계에서 가장 큰 공산주의 연합체를 해체시킬 정도로 성공적으로 수행되었다. 미국이 중국을 상대로 같은 결과를 얻을 수 있을까?
 
​과거를 돌아보면 미국과 중국은 냉전(冷戰)이 아닌 열전(熱戰)으로 이미 맞붙은 적이 있다. 1950년 10월 18일, 18만 명이 넘는 중공군은 야음을 통해 압록강을 도강했다. 그리고 한 사학자가 “근대 전쟁사에서 가장 큰 규모의 매복” 이라고 명명한 작전에서 유엔군에게 완벽한 기습공격을 가했다.
David Halberstam. The coldest Winter Ma em ill an, 2008. P. 372
 

사진 출처 https://en.wikipedia.org/wiki/Battle_of_Chosin_Reservoir#/media/File:Second_Phase_Campaign.jpg

 

전선은 압록강 주변에서 지구 위도 3도 아래인 휴전선으로 되돌려졌다. 그리고 이 전쟁에서 미군은 3만 6,000명이라는 막대한 사망자를 내었다. 중국 측도 이 숫자를 훨씬 뛰어넘는 사망자를 낳았겠지만(공식기록이 없음) 전략 목표를 달성했다. 그리고 69년의 세월이 지났다.
 
이제 중국은 전쟁을 하더라도 농민 출신 병사들을 인해전술로 밀어 넣지 않아도 이길 수 있는 산업 역량을 구축했다. 미국은 이렇게 강대해진 중국을 경계하고 있다.
 
<예정된 전쟁> 책의 저자 그레이엄 앨리슨은 하버드 케네디스쿨 학장, 하버드 벨퍼과학국제문제연구소 소장을 역임했다. 공직으로는 레이건과 클린턴 정부에서 국방부 장관 특보, 국방부 차관보를 맡기도 했다. 이런 경력을 가진 인물이 쓴 중국의 부상과 미국의 대응에 대한 책은 분명 흥미로울 것이다.
 
​개인적으로는 미국이 과거 100년간 초강대국으로 굴림하면서 어떻게 소련과 일본 같은 경쟁국들을 파악했으며, 결국은 봉쇄하고 헤게모니를 빼앗았는지에 대한 기록이 재미있었다. 아래에 책 안의 구절을 옮기고 마치겠다.

유라시아 대륙 국가들을 연결하겠다는 일대일로의 약속은 전략 지정학적인 힘의 균형이 아시아로 넘어가는 비전을 반영한다. 여기에서 우리는 1세기 전에 지정학의 창시자인 할포드 매킨더Halford Mackinder가 한 주장을 떠올리게 된다. 1919년에 그는 유라시아를 ‘세계도’라고 이름 붙이고, “세계도를 지배하는 자가 전 세계를 지휘한다”는 유명한 선언을 남겼다. 만약 2030년까지 지금의 목표가 달성된다면 매킨더의 유라시아 개념은 처음으로 현실이 된다. 일대일로의 고속철도는 네덜란드 로테르담에서 베이징까지 화물 운송 기간을 한 달에서 이틀로 줄일 것이다. 매킨더의 비전은 한 세기가 넘도록 전략가들의 생각을 그토록 지배해 마지않았던, 해군력 중심적 위치에 관한 머핸의 논지까지 무색케 만들지도 모른다.
 
책 <예정된 전쟁> 201 페이지

1949년까지 소련은 독자적으로 핵폭탄 실험을 함으로써 미국의 핵무기 독점 상태를 깨는 데 성공했다. 8년 뒤에 소련은 인류 최초의 인공위성인 ‘스푸트니크호’를 우주로 쏘아 보냄으로써 과학과 기술 영역에서 앞서간다고 자부하고 있던 미국을 충격의 도가니에 빠뜨렸다. 한편, 소련 경제가 다시 살아나기 시작했다. 1950년에서 1970년 사이의 연 경제성장률도 (적어도 공식 보고에 따르면) 평균 7퍼센트에 달하여(각주149), 소련이 미국 경제와 맞먹거나 능가하게 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을 촉발시켰다. 1960년대에 베스트셀러까지 되었던, 폴 새뮤얼슨이 집필한 교과서 <경제학: 경제 분석의 기초>에는, 1980년대 중반쯤이면 소련의 GNP가 미국을 따라잡을 것이라는 예상치가 나와 있다. 새뮤얼슨의 예상은 실현되지 않았지만, 소련은 두 가지 영역에서 미국을 따라잡았다. 바로 군사비 지출과 철강 생산이었다. 모두 1970년대 초에 일어난 일이었다.
(각주149) Wilfried Loth, “The Cold War and the Social and Economic History of the Twentieth Century”, in The Cambridge History of the Cold War, vol. 2, ed. Melvyn Leffler and Odd Arne Westad(New York: Cambridge University, Press, 2010), 514.
 
책 <예정된 전쟁> 415 페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