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페이(Apple Pay)는 NFC(근거리무선통신) 기능을 갖춘 단말기에서 사용가능하다. 카모마일 의원에서는 기존 방식(IC 카드나 마그네틱 카드 접촉식 결제)의 단말기를 쓰고 있었기 때문에 사용이 불가했다.
애플페이가 쓰는 결제 시스템인 EMV contactless(비자와 마스터 유니온페이 등 주요 신용카드사들의 연합체가 만든 NFC 비접촉 결제 규격, 한국식 NFC와 다름)가 마그네틱 카드 방식보다 안전한 글로벌 표준이 될 걸로 보이기 때문에, 일찍 단말기를 들여놓고 시험해 보기로 했다.
VAN(Value Added Network)사는 상점, 식당, 병원 등 오프라인 사업장에서 입력된 고객의 결제 정보를 각 카드 회사로 보내주고 승인받는 매개 역할을 한다. VAN 업체를 끼지 않고 여러 신용카드 회사와 직접 결제 정보를 주고받는 곳은 대기업 소속 가맹점 외는 없다고 할 수 있다.
카모마일 의원도 2016년 개원할 때 기본 결제 단말기와 카드 영수증 용지를 무료로 공급 받는 조건으로 정글통신이라는 업체와 계약을 했었다. 이번에도 이곳에 전화해서 애플페이용 단말기를 문의해보았다.
이지체크 TS-166 카드단말기
카모마일 의원에서 기존에 쓰던 단말 결제기는 이지체크 TS-166 이었다. 이걸 통채로 바꿔야하는 줄 알았지만 그럴 필요는 없었다. TS-166에 연결해서 사용가능한 NFC 기능의 멀티패드가 있었기 때문이다.
이지체크 EP-763이었는데, EMV Contactless 인증을 받아서 글로벌 규격에도 맞았다. 스타벅스, 하이마트, 홈플러스에서도 사용하는 범용 모델이란 것도 마음에 들었다. 기존 삼성페이를 같이 쓰는 것도 문제가 없었다.
이지체크 EP-763 멀티패드
VAN사를 통해서 구매했고, 무료로 출장 설치도 해주셨다. 가격은 198,000원이었는데, 인터넷 최저가와 거의 차이가 없어 좋았다.
아래에 카모마일 의원에서 실제로 애플페이를 사용하는 모습을 올려두었다. 아이폰과 애플워치 둘 다로 해보았는데 잘 되었다. 다만 사업주가 자신의 카드로 긁은 것이기 때문에 정식 매출 승인은 당연히 안 됐다.
Apple Pay 인기가 올라가면 다른 글로벌 규격의 Google Pay도 우리나라 상륙이 가능해질 것 같다. 삼성도 NFC를 도입해서, 갤럭시워치로 비접촉 간편결제를 이용할 수 있게 하면(지금의 애플워치처럼), 좋은 변화가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경제 위기를 예측하는 사람은 많지만, 그걸 진짜로 맞추는 사람은 드물다. 잘 맞추면 위기를 피하는 정도가 아니라, 일생일대의 재산을 단기에 벌 수 있어서 그렇다.
작년 개봉했던 영화 <국가부도의 날>을 보면 미래에셋 박현주 회장을 모델로 했다는 젊은 금융인 윤정학(유아인 분)이 나온다. 그는 외환위기가 고용시장과 실물 자산시장을 처참하게 무너뜨릴 것을 예견한다(라디오 프로그램에 쇄도하는 파산한 집안 사연 엽서를 모아서 그걸 파악해냄). 그래서 가치가 천정부지로 오른 외화를 팔아서 원화를 사고, 그 원화로 가치가 떡폭락한 부동산을 샀다.
미국 포브스지가 2018년 6월 발표한 한국의 부자 순위를 보면, 박현주 회장은 개인자산 2조 1천 5백억원으로 전체 17위를 차지했다. 순위 내 대부분이 재벌 2, 3세 인물이었다. 그는 다수가 파산하는 시장에서 살아남아서 재벌급의 부를 이룬 것이다.
세계 3대 투자가(나머지 둘은 워런 버핏과 조지 소로스)로 불리는 짐 로저스도 위기에 강한 투자가이다. 1970년대에는 모두가 열광하는 인기 주식들(Nifity Fifty; 당시 기관투자자 선호 50개 종목, 현시점의 FAANG과 비슷한 느낌)을 공매도해서 돈을 벌고, 2000년대 초반에는 인기가 없던 중국주식(2008년 대폭락 전까지는 잘 올랐음)을 매수해서 또 큰 돈을 벌었다.
이렇게 선경지명 있는 짐 로저스가 지옥의 경제 묵시록 같은 말을 최근 했다.
수년 안에 최악의 베어마켓(bear market: 하락장)이 지구촌을 덮칠 것이다. 베어마켓은 역사적으로 늘 존재했지만, 이번에 닥칠 위기는 내 생애 최악의 사태로 치달을 가능성이 크다는 게 문제다. 과거와는 차원이 다른 과도한 부채로 인해 전 세계 크고 작은 기업들이 줄도산할 것이다. 파산하는 개인의 수는 헤아리기도 어려울 것이다. 각국의 주식시장은 일제히 폭락하고 곳곳에서 끔찍한 비명이 터져 나올 것이다. 여기에 미중 무역전쟁까지 얽히면 어마어마한 대참사가 벌어질 것이다. 한국은 역동적인 내일이 기다리고 있긴 하지만, 앞으로 불어닥칠 글로벌 경제 한파에서 무풍지대란 없다. 한국의 기업 경영자나 정부가 그 충격을 최소화하기 위해 지금이라도 대비해야 하는 이유다. 앞으로 벌어질 일들에 대해 지금껏 두려워하지 않고 있었다면 지금부터라도 걱정하라. – <세계에서 가장 자극적인 나라> page 7
짐 로저스 생애 최악이 될 정도라면 종합주가지수가 반 토막보다 더 떨어지는 장세를 말한다. 하지만 그는 그런 대폭락 중에도 기회가 생길 거라고 말하고 있다. 떡폭락 하더라도 바닥만 잘 잡으면 미래에셋 회장처럼 될 수 있다(이론상으로는). 로저스가 주목하는 ‘위기에 기회가 되는’ 시장에는 놀랍게도 ‘북한’이 있다.
가령 북한 사람들은 일본인과 마찬가지로 교육열이 높고 가정교육을 철저히 시킨다. 열심히 일 하고 저금한다. 이는 경제적 발전에 필요한 조건이다. 중국과 일본만이 아니라 미국과 독일도 역사상 이와 비슷한 시기를 경험했다. 지금은 북한이 그 시기에 접어든 것이다. – <세계에서 가장 자극적인 나라> page 58
그는 책 중간중간에서 ‘아시아의 세기’를 말한다. 그가 주목하는 아시아 국가는 북한과 중국이다. 반면 일본과 인도의 미래는 아주 암울하게 생각한다. 주된 논거는 ‘출산율’과 ‘교육열’, ‘근면한 국민성’이다.
로저스는 일본의 근면한 국민성과 문화 발전을 높이 평가하지만, 노령화와 이민자 억제 정책, 정부부채 때문에 미래를 안 좋게 보고 있고 있다. 그냥 안 좋은 정도가 아니라 국가가 파탄날 정도로 암울하기 때문에, AK-47 자동소총을 미리 사둘 걸 권유할 정도이다(실제로 책에서 그렇게 말함).
인도는 인구가 많고 다채로운 나라이긴 하지만, 다문화 다종교가 국가 통합을 어렵게 하고, 결국 국가 전체를 경제 발전에 동원할 수 있는 능력이 없을 거라 보고 있다.
반면 북한에 대해서는 일본, 인도를 훨씬 뛰어넘는 엄청난 평가를 해주었다. 만약 개혁개방이 이루어진다면 그렇게 될거라는 전제조건이 있기는 하다. 로저스는 북한이 1.높은 출산율 2.근면한 국민성과 인민동원능력 3.우리나라와의 경제협력 이라는 세 가지 시너지 효과를 통해 초고속 경제성장을 할 거라고 예측했다.
짐 로저스는 미국 앨라배마 주의 시골 마을에서 태어나 어릴 때 부터 땅콩 장사를 하고, 빈 병을 주워 팔았다고 한다. 장사꾼, 투자자(혹은 투기꾼)로서의 야성이 드러나는 부분이다. 그리고 청년기에는 명문 예일대학교에 진학해서 역사를 배우고, 영국 옥스퍼드대로 유학가서 철학·정치·경제학도 전공했다. 상인적 소양에 역사와 경제를 아우르는 학자적 소양까지 더한 것이다. 그런 그가 말하는 미래 예측은 서구 민주주의, 자본주의의 통념에서 많이 벗어나 보인다(자유한국당이 들으면 싫어할 것 같음). 하지만 가장 안 일어날 것 같은 일이 일어나곤 하는 주식투자 세계에서는 분명 경청한 만한 고견이라 생각한다.
프랑스 국적의 에르크 쉬르데주(Eric Surdej)씨는 LG 전자에서 최초의 외국인 출신 임원이 되었던 사람이다. 모멸적 방식으로 회사에서 축출된 후 <한국인은 미쳤다>라는 책을 저술했고, 우리나라에도 2015년 출간되었다. 여기서 미쳤다는 것의 의미는 일을 미치도록 많이 시킨다는 뜻이었다. 그는 책 곳곳에서 우리나라 사람들이 얼마나 미친 방식으로 미친듯이 일을 하고 있는지 비판을 한다.
쉬르데주씨는 특이한 경력을 지닌 편이었다. 익숙한 프랑스 기업이 아닌 소니와 도시바 같은 일본 기업에서 10년 넘게 일을 했고, 그 다음 직장으로 한국 LG를 선택했다. 그가 한국 기업으로 간다고 하자 오래 같이 일했던 일본인 동료들이 뜯어 말렸다고 한다.
그들(일본인 동료)에게 한국인은 무식한 농부, 경직된 군인의 이미지였다. 도시바를 비롯한 일본의 대기업 게이레츠들은 계속해서 세계 시장에서 우위를 유지할 수 있으리라 확신했다. <한국인은 미쳤다> 책 페이지 31
일본 게이레츠(系列; 기업들 간의 상호출자나 순환출자 등에 의해 형성된 콘체른Konzern, 한국 재벌과 같은 족벌세습은 없음) 사람들이 우리나라 재벌 사람들을 무식한 농부나 군인 처럼 생각했다는 것을 처음 알았다. 아무튼 그는 만류에도 아랑곳 않고 LG 전자에 취직했다. 선택의 이유는 급여 수준도 명예도 아닌 기업의 성장 가능성이었다고 한다.
일본 소니와 도시바의 외국 국적 직원으로 13년 간 일했던 인물이 2003년 했던 대세 판단은 옳았다. 1997년의 IMF 사태 이후 우리나라 재벌 기업이 세계 시장에서 끝났다고 생각한 분석가도 많았을 것이다. 일본 기업인들은 우리나라 기업의 단점을 크게 보고, 자기네 기업의 장점은 부풀려서 보았다. 결국 한국 재벌인 삼성전자, LG전자, 현대자동차 들이 일본 게이레츠의 소니, 파나소닉, 혼다자동차 들에 비해 더 큰 회사로 성장해 버렸다.
이 과거를 들여다보면 웬지 비슷한 결과가 우리나라-중국 기업 사이에도 일어날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한참 명성을 날리고 있는 샤오미나 화웨이 같은 기업이 짝퉁, 중국 내수 전용이라는 이미지로 인터넷에서 밟히고 있는 걸 보면.
화웨이의 설립자 ‘런정페이’를 조명한 책인 <위기를 경영하라>나 <화웨이의 위대한 늑대문화>를 읽으면 중국 기업이 지닌 무서운 힘을 느낄 수 있다. 물론 저자들이 중국인이어서 화웨이에 대해 호의적인 분석이 나올 수 밖에 없다는 한계는 있다. 하지만 중국이 아닌 서방 세계, 우리나라의 무수한 미디어는 화웨이에 대해 적의에 찬 분석을 쏟아내고 있으므로, 균형을 위해 읽어보는 것도 좋을 듯 싶다.
책 저자들이 분석한 화웨이 기업의 강점은 크게 두 가지로 요약될 수 있다.
첫째는 사기높은 군대를 방불케 하는 일사불란한 조직력이다. 이는 설립자 런정페이 자신이 중국인민해방군 퇴직 군인이었고, 애국심 깊은 군대가 얼마나 용감하고 무모하게 싸울 수 있는지를 알아서 도입해낸 기업 경영 기법이 아닐까(6.25전쟁 당시 중공군이 썼던 인해전술을 생각해보자).
게다가 그들은 애국심이나 애사심이 그냥 생기는 게 아니라는 걸 잘 알고 있었다. 그래서 ‘종업원지주제’ 라는 걸 전 회사적으로 도입했다.
하지만 화웨이의 규모가 커지면서 오래 일한 직원과 새로 입사한 직원의 주식 보유량이 크게 차이나는 등의 문제점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그런데 이 문제와 자금문제를 해결할 방법이 떠오른 것이다. ‘직원들에게 주식을 팔자!’ 2003년 9월 15일, 런정페이는 전 직원을 대상으로 총 10억 위안의 주식에 대해 MBO(Management Buyout, 경영자매수)를 실시한다고 발표했다. 또 여기에 참여하고자 하나 자금이 부족한 신입사원을 위해 본인이 15%만 부담하면 나머지는 화웨이가 직원 명의로 은행에서 융자하는 방식을 도입했다. 단, 이번 MBO로 보유하게 된 주식은 3년 동안 양도 및 현금화하거나 저당 잡힐 수 없었다.그의 예상대로, 이 조치가 발표되자마자 많은 직원이 신청서에 서명했다. 이때의 MBO는 오래 일한 직원과 신입사원의 지분 차이를 줄여서 특히 신입사원의 애사심과 적극성, 책임감을 크게 향상시키는 효과가 있었다. 또 3년의 거래제한 기간을 두어서 이직률을 낮추고 화웨이 전체에 안정된 분위기를 조성할 수 있었다. 이로써 화웨이인은 직위고하를 막론하고 실질적인 회사의 운명 공동체가 되었다. <위기를 경영하라> 책 페이지 197
화웨이의 두번째 강점으로 보이는 건 서구의 일류 경영기법의 도입과 연구개발 분야(R&D) 중시이다. 런정페이 회장은 회사 이름을 중화유위(中華有爲; 중화민족에 미래가 있다는 의미)를 줄인 화웨이(華爲)로 했지만 중국 국내 방식(예컨대 중국 특유 관시關係나 공산 게릴라 방식의 기업경영)만 써서는 기업이 클 수 없다는 것을 깨달은 듯 하다. 그는 실리콘밸리와 IBM으로 대표되는 서양의 경영 기법과 연구중심주의을 전면 도입한다.
(런정페이의 회상) 실리콘밸리를 둘러보는 내내 맥박이 요동쳤다. 그들에 비하면 우리의 연구방식은 낙후하고 경영관리 수준도 보잘것없고 효율 역시 선진국에 훨씬 못 미친다는 사실을 눈으로 확인했다. 불행 중 천만다행인 것은 우리 직원 개개인의 역량이 그들에게 결코 뒤지지 않는다는 사실이었다. 따라서 미국을 따라잡으려면 연구방식과 경영관리 수준을 끌어올려야 한다.
중국으로 돌아온 그는 잠시도 쉬지 않고 직원들에게 자신이 보고 들은 것, 겪은 일, 그때마다 느꼈던 감정 등을 상세히 전했다. 이때의 각성을 바탕으로 화웨이가 완전 출자하는 기업을 세운다는 복안이었다. <위기를 경영하라> 책 페이지 32
IBM은 화웨이에서 14년 동안 경영 혁신을 추진했다. 여기에 투입된 전문가만 무려 70명으로, 이들의 시간당 임금은 300~600달러나 된다. 아마도 역대 중국 업체 중에서 가장 비싸게 지급한 수업료일 것이다. 그렇다면 그 성과는 어떠했을까? 1997년 IBM이 당시 화웨이의 경영 현황을 진단한 ‘보고서’ 를 살펴보자. 정확하고 미래 지향적인 고객 니즈에 대한 관심 부족, 비효율적인 반복 업무, 자원 낭비, 고비용, 폐쇄적인 구조화 프로세스, 부서 간 심각한 파벌 싸움, 사람 혹은 관계에 의존하는 부서 간 업무 프로세스, 일관성을 잃은 기업 운영, 편 가르기, 심각한 배척 현상, 개인주의, 내부 에너지 소모, 전문 기술력 부족, 무질서한 업무 진행, 영웅주의, 복제 불가능한 영웅의 성공담, 비효율적인 업무 플랜, 과거 제도 답습, 불법 복제물……
이러한 상황이 계속 유지되는 상황에서 근본적인 제도 개혁을 실시하지 않는다면 어떤 결말을 맞이하게 될까? 런정페이의 머릿속에 모든 것을 순식간에 집어삼키는 거대한 눈사태가 떠올랐다. 위기감에 휩싸인 런정페이는 엄청난 스트레스에 시달리며 괴로워했다.
하지만 그로부터 14년이 지난 뒤, 화웨이는 무너져내리기는 커녕 동종업체를 두려움에 떨게 만드는 경쟁자로 우뚝 섰다. IPD 혁신이 그 과정에서 얼마나 크게 이바지 했는지 말하지 않아도 알 것이다. 현대적인 경영 제도 덕분에 화웨이는 한결 과학적으로 기업의 ‘GO’와 ‘STOP’, ‘밀고 당기는 강약 흐름’을 규범화할 수 있었다. 또한 고객 니즈를 중심으로 프로세스라는 울타리를 세워 효과적으로 기업을 운영하고 최종 소비자에게 최상의 품질을 제공하려고 노력했다. 때로는 작은 갈등도 있었지만 서양의 ‘IPD 혁명’ 을 제대로 배우기 위한 에너지로 승화시켰다. 그리고 지금도 혁신은 진행되고 있다. <화웨이의 위대한 늑대문화> 책 페이지 316
1987년 런정페이는 42세 명예 퇴직 군인 신세였고, 화웨이 설립 자본금은 2만1천 위안(우리돈 360만원) 밖에 안 됐다. 하지만 화웨이와 런정페이는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놀라운 성공을 거두었다. 이것은 중국 공산당과 인민해방군의 비밀스러운 지원에 의한 성과일 수도 있다. 하지만 태자당(太子黨; 중국 공산당 혁명 원로 자제로 구성된 계파)도 아닌 런정페이가 그런 엄청난 특혜를 받았을까는 의문이다. 게다가 특혜를 받는다 해도 성장하는 기업이 있고 아닌 기업도 있다.
화웨이는 중국 내수 뿐 아니라 유럽과 아프리카의 소비자 시장에서도 삼성을 추격하는, LG를 압도해버리는 성과를 거두고 있다. 2018년 유럽 스마트폰 시장에서 화웨이는 16.85% 라는 준수한 성적을 올렸다(동 기간 삼성의 유럽 시장 점유율은 33.32%, LG는 3.53%, 아래 링크 참조).
Mobile Vendor Market Share Europe
이런 수치는 화웨이가 국제적으로 통할 제품을 만드는 서방 기업의 노하우를 충실히 전수 받은 결과라 보여진다. 평범한 유럽의 소비자가 낯선 이름의 중국 스마트폰을 품질이 좋지 않다면 살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국정원이나 북한 정찰총국이 비밀스럽게 스마트폰 회사를 차려서 국제적 기업으로 만들고 세계 온갖 곳에 백도어를 심으려 하는 상황을 상상해보자. 소통이 없고 명령만 있는 경직된 조직에서는 좋은 소비자 제품이 나오기 어렵다. 중국 공산당에서도 그런 기업을 만드는 건 마찬가지로 요원할 것이다.
미국 정부는 국방 수권의 방편으로 화웨이 제품의 정부 내 사용을 금지했다. 하지만 백도어의 기술적 가능성만 확인한 것이지, 화웨이의 공식적인 스파이 행위를 확증한 적은 없다. 요점은 그들을 경계하는 건 좋지만 능력을 과소평가하지는 말자는 것이다. 2000년대 초 일본 게이레츠가 삼성전자나 현대자동차를 무시한 것과 같은 자가당착이 될 수 있다. 화웨이의 스파이 기업 여부 판정은 미국의 정보기관이 분명 먼저 할 것이다.
화웨이처럼 논란이 되고 있는 중국 기업은 없는 것 같다. 설립자이자 카리스마적 리더인 런정페이(任正非)는 중국 인민해방군 퇴직 군인 출신이며, 군부와의 유착을 통해 성장했다는 의심이 있다. 게다가 통신장비 판매를 통해 전세계에서 중국 공산 정부의 스파이 노릇을 한다는 혐의도 받는다. 실제로 2018년 2월 있었던 미의회 상원 정보위원회(Senate Intelligence Committee)에서 CIA, NSA, FBI 등 주요 정보기관의 고위급 관리들은 화웨이의 제품을 사용하는 것이 정보 유출이나 국가간 스파이 행위에 이용될 수 있다는 경고를 한 바 있다.
미국 트럼프 대통령은 2018년 8월, 화웨이 통신 장비를 미 정부 유관기관에서 사용하는 것을 금지하는 국방수권법안(National Defense Authorization Act.)에 서명했다. 이렇게 미국은 가장 강대한 적대국의 한 통신회사의 손발을 묶으려 하고 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화웨이는 중국의 내수와 유럽, 아프리카 시장을 포함한 전세계 판매에서 빠른 속도로 성장하고 있다.
화웨이는 현재 전세계 최대의 통신장비 제조업체이다(IHS Market 2017년 데이터 기준, 22% 점유율).
Huawei Now World’s Largest Telecom Equipment-Maker
일반 소비자 시장인 스마트폰 판매에 있어서도 우리나라의 삼성에 이어서 세계 2위 업체로 올라섰다(2018년 2분기 IDC 데이터, 출하량 기준). 애플은 2위 자리를 물려주고 3위로 내려갔고, 삼성은 1위 자리를 지키기는 했지만, 연간 성장률(Year-Over-Year Change)이 마이너스 10.4% 였다. 반면 화웨이는 전년 대비 40.9%나 폭발적으로 성장했다.
www.idc.com_prUS44188018
설립자 런정페이의 공식 이력을 살펴보면 좀 놀랍다. 그는 출신성분이 좋지 않았고, 열심히 노력해서 엘리트공산당원 지위를 차지한 것도 아니었다. 부친과 모친 모두 학교 선생님이었고, 부친은 국공내전 이전 시기에 국민당 측의 군수공장에서 회계 사무원으로 일했다는 경력이 있었다. 때문에 1966년 시작된 문화대혁명의 수많은 소란 현장 중의 하나에 불려가 홍위병에게 폭행 당하기도 했다.
이런 출신의 한계 때문인지 런정페이는 정식 공산당원이 되지 못한다. 중국인민해방군(PLA) 내에서도 통신 관련 공병(military technologist)으로 임관했고, 정식 군대 계급을 부여 받지 못했다. 1982년, 경제 개발 정책 심화의 일환으로 중국인민해방군은 대규모 군축을 단행한다. 50만명에 달하는 현역 복무병이 전역을 당했는데 런정페이도 그 중 한명이었다. 그는 1987년 덩샤오핑의 개혁개방 정책의 최전선 도시였던 중국 동남부 광동성의 도시 선전(深圳)으로 이주해 작은 회사를 하나 차린다. 30년 후 세계 최대 통신장비 업체로 올라서게 되는 화웨이의 시작이었다.
이후 그와 그의 회사 화웨이의 성공 행보를 살펴보면 이들이 공산당의 스파이로 있는지, 아니면 단지 애국심 강한 기업인과 기업으로 있는지가 밝혀질 것이다. 다음 글에서 이어서 하도록 하겠다.
출산휴가의 정식명칭은 출산전후휴가이다. 사용자(사업주)가 임신 중의 여성근로자에게 출산 전후에 부여하는 휴가이다. 필자는 사업주로서 처음 임신한 직원 분을 위해 내용을 검색하게 되었는데, 정말 복잡해서 용어 공부와 정부해당부처에 잦은 전화까지 필요한 부분임을 깨달았다. 아무튼 그 방법을 자세히 정리해서 그냥 따라하면 될 수 있게 글을 작성했다.
1) 지원 가능 대상
– 비정규직 정규직 여부와 무관하게, 고용보험(4대 보험의 하나) 납부액이 없더라도, 모든 출산 예정인 여성 노동자가 쓸 수 있다. 여기까지 들으면 꿈 같은 소리라고, 사장에게 말하면 금방 피식 웃으며 쌍욕하겠다고 상상이 되지만…출산휴가의 처음 60일은 정부에서 지원해주는 금액이 최대 150만원이나 되기 때문에 현실적인 얘기가 되었다.
출산전후휴가 급여 상한액 135만원에서 150만원으로 인상 by 복지뉴스
2) 출산휴가 가능 기간과 급여 금액
– 출산일 전후로 총 3개월 사용이 가능하다. 우선 지원 대상 기업(근로자 수가 500인 이하 제조업, 300인 이하 건설·운수·창고·통신업, 기타 100인 이하 사업장)인 경우는 첫 60일에 대해 통상임금 전액이 지원된다. 예컨데 월 마다 늘 받던 임금이 200만원이라면, 정부로부터는 150만원을 받고, 사장으로부터는 나머지(200만 빼기 150만)인 50만원을 받으면 되는 것이다.
– 출산휴가의 마지막 30일은 받는 기준이 따로 있다. 고용보험(4대보험의 하나)에 가입되어 있고, 근로자가 정규직으로서 4대보험을 납부하는 ‘피보험단위 기간’ 이 총 180일 이상이어야 한다. 현 직장 뿐 아니라 이전 직장 경력도 연결되어 있다면 합산해서 피보험단위 기간에 더할 수 있다. 이 마지막 한 달의 기간은 정부가 150만원을 준다. 사업주가 따로 더 지급해주는 금액은 없다.
근로자 사업주가 협의해서 출산휴가 기간을 정한다. 사업주가 필요 서류를 발부해 주어야만 근로자의 출산휴가 신청이 정부 고용센터에서 진행이 되므로, 서로 같이 화기애애하게 협상을 하면 좋겠다.
이 과정은 고용보험 인터넷 사이트에서 진행한다. 출산 휴가 시작 당일부터 고용보험 사이트에서 작성이 가능하다. 해당 기업의 공인인증서 로그인이 필요하므로, 사업주나 관리 직원이 진행을 해야 한다. 아래의 블로그 링크에 자세한 설명이 나와있다.
https://m.blog.naver.com/hello6503/221007727057
1) 신청 시기
– 우선지원대상기업(보통 작은 기업들)의 경우 휴가 시작날 이후 1개월 부터 휴가가 끝난 날 이후 12개월 이내 신청을 해야 한다. 한 번 신청하면 땡이 아니고, 휴가기간중 30일 단위로 3번 신청을 하는 것이다.
– 휴가가 모두 끝나고 하면 일괄신청도 가능한데(12개월 내로만 신청하면 자격이 되므로), 즉 3개월치 휴가 월급을 끝나고 몰아 받는 식이다. 돈이 달마다 궁하지 않다면 시도해보면 되겠다.
2) 신청 서류
– 근로자가 가까운 고용센터에 제출하는 서류들이다.
① 출산전후휴가 급여 신청서 (고용보험 인터넷 사이트에서 다운 받을 수 있음)
② 출산전후휴가 확인서 1부 (사업주가 근로자에게 준다. 휴가 시작 당일 이후 발부 가능)
③ 통상임금을 확인할 수 있는 자료 (휴가 시작일 전 3개월의 임금대장, 근로계약서 등 사본 1부, 임금대장은 기업과 연결된 회계/세무사무소에 부탁하면 발부해줌)
④ 휴가기간 동안 사업주로부터 금품을 지급받은 경우 이를 확인할 수 있는 자료 (통상 임금을 보전 받은 은행 통장 입금 내역등을 출력해서 제출)
⑤ 유산이나 사산을 하였음을 증명할 수 있는 의료기관의 진단서 (유산.사산 휴가일 때만 제출. 임신기간이 적혀 있어야 함)
이 많은 서류들을 모조리 준비해서 가까운 고용센터를 찾아가면 된다. 고용센터 위치는 아래 링크에서 찾아볼 수 있다. 위에서도 설명했지만 출산휴가 시작일 1달 후부터 급여 신청이 가능하다.
▶ 출산휴가는 출산 전과 후로 나누어 써야함. 출산 후의 휴가 기간은 연속하여 45일이상이 되어야 한다(예를 들어 출산 전에 휴가를 두 달 쓰고, 출산 후에 한 달(30일) 쓰는 건 불가능).
▶ 비정규직이라도 신청 가능. 다만 처음 60일은 임금을 받을 수 있지만, 마지막 30일은 고용보험에 들어있지 않으므로 급여 수령이 불가능하다. 출산휴가의 낌새를 느낀 사업주가 근로자를 미리 내보내려는 시도도 가능하다. 만일 사업주가 출산전후휴가를 위반할 경우,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의 벌금을 물게 된다.
▶ 쌍둥이(다태아) 출산의 경우 출산 휴가를 3달이 아닌 4달로 늘려 쓸 수 있다.
▶ 사업주 자신은 여자이고, 임신했어도 출산휴가를 쓸 수 없다. 사업주(사용자)는 근로기준법, 남녀고용평등법의 적용 대상이 아니므로 그렇다. 사업주 개인 판단으로 정부 돈 못 받는 휴가를 쓰면 된다.
▶ 출산 휴가 급여 모의 계산
https://www.ei.go.kr/ei/eih/eg/pb/pbPersonBnef/retrievePb330Info.do
▶ 주요 내용 참고 사이트
대한민국 전자정부 고용24
오마이뉴스_복잡한 출산휴가_7가지만 알면 됩니다
비숍은 체념한 듯 이렇게 말한다. “나도 가고 싶지는 않습니다. 인조인간이라고 바보는 아니니까요.” (Believe me, I’d prefer not to. I may be synthetic, but I’m not stupid.)
영화에서는 에일리언이 있는 통로에 인조인간을 보내면 되었지만, 지금 현실 세계에서는 위험한 작업에 비정규 청부 인력을 보내고 있다. <프레카리아트 – 21세기 불안정한 청춘의 노동> 책에 나온 생생한 묘사는 아래와 같다. 일본회사 <니콘>은 고위험 작업에 자기네 직원 대신 청부 회사 <네크스타>의 인력을 보낸다. 네크스타는 ‘유지’ 라는 남자를 작업에 투입했고, 유지 씨는 나중에 자살한다.
1월에는 동생이 유지 씨를 찾아왔다. 유지 씨는 평소 별로 가지 않는 게임센터에 동생을 데려갔다고 한다. 그리고 자기는 게임을 하지 않고 게임에 열중한 동생을 싱글벙글 웃으며 그저 보고만 있었다고 한다. 재판에 의견서를 제출한 정신과 의사는 이 행동에 대해 “추억 만들기 행동의 가능성이 보인다.”고 기술했다. 과로에 의해 이미 우울증이 발병한 것이다. 이즈음부터 유지 씨의 머리에는 ‘자살’ 이라는 말이 맴돌고 있었을지도 모르겠다.
여기에 위장 청부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유지 씨가 죽었을 때 어머니는, 네크스타 쪽 직원에게 “(유지 씨는) 어떤 일을 하고 있는지” 물었다. 돌아온 답은 “잘 모르겠다.” 는 것이었다. “클린룸이라는 방에서 일했지만, 저희는 들어가본 적이 없습니다.”
그런 현장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겠는가. 청부 회사는 현장이 어떤지도 모르고, 노동자가 어떤 심한 취급을 받고 있는지도 모르기 때문에 관리라는 것도 소용이 없다. 파견처 회사는, 자기 회사 직원이 아니기 때문에 사람을 부리는 데에 무슨 방법이든 가리지 않는다.
유지 씨의 경우에 업무상 지시는 니콘이 내렸고, 네크스타는 업무 지시를 전혀 하지 않았다. 또한 유지 씨의 노동 시간에 대해서도 네크스타는 니콘에서 월말에 보고를 받아봐야 한다는 식이었고, 네크스타 쪽 직원은 유지 씨와 일주일에 한 번 정도 면담을 할 뿐이었다. 결국, 외부에서 온 노동자인 유지 씨는 약자의 입장이기 때문에 하고 싶은 말도 할 수 없었다. 그저 사용되기만 하다가 지칠 대로 지쳐 우울증이 생겼고 자살해버리고 만 것이다. 이것이 구조적인 ‘살인’이 아니라면 무엇이겠는가.
니콘 같은 대기업은 퇴직금이나 사회보험료를 안 주는 인력을 딱 필요할 때만 써서 좋다. 소중하기도 하고, 불만을 토로할 가능성 있는 정직원을 보호할 수 있어서도 좋다. 네크스타 같은 청부 기업은 대기업으로부터 이런 일 의뢰가 끊임없으므로 돈을 벌어서 좋다. 유지 씨 같은 프레카리아트 처지 사람은 다른 대안이 없으므로 이런 곳에서 일하다 우울증에 빠져 자살의 길로 간다.
이 책을 읽고 제일 느낀 점은 일본도 우리나라처럼 정규직-비정규직 문제가 큰 사회적 이슈가 되어 있다는 것이었다. 일본은 유교식 자본주의 모델로 전후 경제 발전을 이끌고, 1980년대 말만 해도 향후 미국을 제치고 세계 제일의 경제대국이 될 것이라고 예상되었었다(지금의 중국도 같은 예상하에 있다). 하지만 익히 알려져 있듯이 1990년대 초부터 벌어진 부동산 버블 붕괴로 경제성장률 0퍼센트대를 10년 넘게 달성하며 경제가 주저 앉았다. 이런 장기 불황의 타개책 하나로 일본 대기업 집단과 정부는 비정규직 프레카리아트 노동 양식을 보급하고 있는 셈이다.
문제는 이 시스템 하에서 유리한 자는 계속 유리해지고, 불리한 자는 계속 이용당한다는 점이다. 에일리언의 인조인간 처럼 이용당하는 사람들의 볼멘 목소리가 우리나라에서도 일본에서도 커지고 있는 걸로 느껴진다. 마지막으로 책 안의 자조적인 구절을 인용해 보겠다. 나도 우리나라 TV에서 화장으로 무장한(치킨 먹을 때도 1mm 두께 얼굴 화장 하고 먹는다) 연예인이 현실과 동떨어진 꿈 같은 상황을 연출하는 광고를 볼 때면 비슷한 감상이 느껴졌다.
집에 돌아와도 텔레비전에서 전자제품 광고 같은 걸 보고 있자니 현란한 화면 너머에서 ‘이 상품은 위장 청부로 일하는 프리터의 미래를 소진시켜 만든 것입니다.’ 같은 내레이션까지 들리는 듯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