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러(filler)는 얼굴 주름이나 파인 흉터를 치료하는 물질이다. 보톡스(botox)가 피부 밑의 근육을 마비시켜서 주름을 평평하게 만든다면, 필러는 피부 밑을 채워서(fill) 주름을 완화시킨다.
필러에는 여러 종류가 있다. 가장 흔하게 쓰이는 건 히알루론산(Hyaluronic acid) 제품들이다. 갈더마(Galderma)사의 레스틸렌(Restylane), 앨러간(Allergan)사의 쥬비덤(Juvederm)이 수입 프리미엄 브랜드로 유명하다.
히알루론산 이외의 필러로는 래디어스(Radiesse)나 아테콜(Artecoll), 스컬트라(Sculptra), 자가 지방(autologous fat) 등을 사용하는데, 일단 안정성과 경제성 면에서 단점이 있다. 필러 시술을 처음 받는다면, 먼저 히알루론산 필러를 경험해보고, 유지 기간 등에서 불만족이 생기면 그때 가서 다른 종류 필러를 고려해도 충분하다.
히알루론산 필러 시술 후 모양 유지 기간은 6~18개월 정도이다. 기간은 필러 제품 별로, 시술 받는 부위 별로, 그리고 환자 개인 특성에 따라 달라진다. 레스틸렌/쥬비덤/벨로테로 같은 수입 제품이 유지 기간이 긴 편이고, 그 중에서도 레스틸렌 서브큐, 쥬비덤 볼루마 등이 유지기간 긴 특화 제형으로 출시되어 있다.
입술처럼 얼굴 표면에 있고, 자주 움직이는 부위에는 주입된 필러가 빨리 사라지고, 반대로 얼굴 뼈 가까이로 주사되고, 근육 움직임도 적은 광대뼈 아래, 팔자 주름 상부 등에는 필러가 오래 지속된다. 환자별 차이도 큰데, 생체 대사율이 제각각이어서 – 운동 해도 살이 잘 빠지는 사람과, 아닌 사람이 있는 것처럼 – 그렇다.
필러 시술이 가장 인기 있는 부위는 코, 팔자주름, 이마 등이다. 아래 시술 사례 사진을 보면서 감을 잡아보자.
코 필러 시술 전후 사진이다. 코 끝의 매부리 모양이 교정되고, 미간의 콧대가 올라가서, 일자의 예쁜 모양이 되었다.
코 옆으로 깊이 파인 팔자주름이 필러 주입 후 도자기 처럼 매끈하게 변할 걸 볼 수 있다.
눈썹 위로 움푹 꺼진 이마 부위를 필러로 채우니 동안으로 변했고, 눈매도 상대적으로 부드러워졌다.
보톡스는 액체 제형이어서 엄청난 과량(평균 성인 체중 기준으로 치사량은 5000IU, 즉 보톡스 병 50개)을 주입해서 호흡근을 마비시키지 않는 한 치명적 부작용이 드물다.
반면 필러는 끈적한 젤리 형태여서, 혈관에 직통으로 들어간다면 심각한 부작용을 일으킬 수 있다.
상기 사진은 히알루론산 필러를 맞고 코 부위 피부가 괴사된 모습을 보여준다. 필러가 혈관에 잘못 들어가 혈류를 막았거나, 너무 과량을 주입해서 주위 혈관을 눌러 버리면 저런 괴사가 올 수 있다.
필러 시술로 올 수 있는 가장 안 좋은 부작용은 실명인데, 안구에 혈액을 공급해주는 동맥에 필러가 실수로 들어가서 실명을 일으키는 것이다. 다행히 사례는 극히 드문 편이고, 아래 링크의 논문을 기준으로 보면, 전세계적으로 50건 정도가 보고되어 있는 걸로 되어있다.
이런 부작용을 피하는 방법은 첫 번째로 경험이 많은 숙련된 의사에게 시술을 받는 것이고, 두 번째로는 모양 교정을 한 번으로 끝내는 것을 피하고, 리터치 시술(보통 처음 시술 1~2주일 후)을 통해 천천히 모양을 잡는 것이다.
수입산 필러 시술은 비싸고 국산 필러 시술은 싼 편인데, 필러 제품의 도매 가격 자체가 서너배 차이 나기 때문에 당연한 결과이다. 따라서 싼 걸 비싸게 맞는 사태를 피하기 위해서는, 어느 클리닉의 어느 의사에게 맞느냐도 중요하지만, 먼저 시술 받는 필러의 제품명을 알아두는 게 좋다.
메이저 수입 제품은 <레스틸렌>, <쥬비덤> 등이고, 조금 마이너한 수입 제품으로 <퍼펙타>, <스타일에이지> 등이 있다. 국산 필러는 <뉴라미스>와 <이브아르>가 강자로 있고, <에피티크>, <벨라스트> 등이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괜찮은 평가를 받는 제품들이다.
각 제품의 용량 별 가격은 미인하이 같은 뷰티 소셜 커머스 사이트에서 쉽게 검색해 볼 수 있다. 다만 미끼처럼 0.5cc 기준으로 싼 가격을 써놓는 곳도 많은데, 필러 제품 자체가 대부분 1cc 주사기(prefilled syringe)로 포장되어 있고, 한 사람 시술 용으로 개봉한 제품을 다른 사람에게 사용해서는 안 되므로 0.5cc 가격으로 시술을 받는다고 생각하면 대부분 낭패 보게 된다.
시중에서 판매되는 흉터 제거 연고 중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승인을 받은 제품은 단 하나이다. <켈로코트>로, 실리콘 코팅으로 피부를 보호해서 흉터를 줄이는 연고이다.
미국 FDA 승인 (K002488) 미국 특허 (5741509)
<더마틱스울트라>도 비슷한 피부 실리콘 코팅 연고인데, 원래 켈로코트와 같은 제조사에서 만들어 다른 이름인 <더마틱스>로 판매하던 제품을, 2007년 판매사인 Valeant사가 제조사를 이전한 후, 비타민 C 성분을 추가해서 더마틱스울트라로 출시한 것이다.
가격은 Original 제품인 켈로코트(6g)가 조금 더 비싸서 인터넷 최저가가 2만2천원 정도, 더마틱스울트라(7g)는 1만8천원 정도이다. 켈로코트는 일반 의원이나 피부 클리닉에서 원내 판매도 하고 있다.
켈로코트나 더마틱스울트라 같이 피부에 바르는 실리콘인 Cyclopentasiloxane(CPX) 성분을 함유한 연고의 의학적 효능은 여러 논문들을 통해 검증이 되어있다. 인용이 많은 순서로 링크 주소를 아래 나열했다.
https://www.ncbi.nlm.nih.gov/pmc/articles/PMC2918339/
https://www.ncbi.nlm.nih.gov/pmc/articles/PMC2989813/
https://www.ncbi.nlm.nih.gov/pmc/articles/PMC4486716/
논문들의 공통적인 결론은, 아직 대규모의 이중맹검 임상실험이 없었다는 사실은 아쉽지만, 실리콘 겔 타입의 흉터 연고가 비후성(튀어나온) 흉터나 켈로이드의 병변 감소에 효과가 있었으며, 부작용 없이 안전했다는 내용이다. 아래 상세한 사용방법을 정리해 보았다.
상기 사진과 같은 튀어나온 흉터에 사용
비후성이 아닌 즉 움푹 파여 있는 흉터에는 별 효과가 없음
일반적인 상처의 경우, 아문 후 부터 사용
(후시딘이나 포비돈 등 연고/소독약을 사용하고 완전히 아물어서 물이나 포비돈이 닿아도 아프지 않은 상태)
수술 흉터의 경우 실밥 제거 후 부터 사용
최소 60일~90일 기간을 사용해야 효과적
깨끗하고 마른 피부에 얇게 펴 바름, 다른 항생제 연고 위에 덧바르지 말기
4~5분 정도 완전히 마를 때까지 기다린 뒤 화장하거나 옷을 착용
1일 1회 사용 (운동성이 높은 관절 등의 부위는 1일 2회 사용)
콘투락투벡스는 독일의 다국적 제약회사 Merz가 출시한 흉터제거연고이다. 양파 추출물(Extractum cepae), 헤파린(Heparin), 알란토인(Allantoin)을 배합해서 만들었다. 양파추출물의 항염작용, 헤파린(혈액응고방지제)의 붉은기, 멍을 가라앉히는 기능, 알란토인의 수분공급, 침투력 강화의 시너지 효과를 노렸다. 하지만 실리콘 겔 타입의 흉터 연고 들에 비해 의학 논문의 뒷받침이 덜 되어 있고, 미 FDA 승인도 없다. 상처 표면이 튀어 나와있지 않고, 붉은 기 없애는 게 주목적이라면 한 번 고려해 보면 되겠다.
현재 얼굴 홍조의 치료에 가장 뛰어난 효과가 있다고 알려진 피부 레이저 기계는 큐테라(Cutera)사의 엑셀V 이다. 이 레이저의 구매가는 1억2천5백만원 정도. 지방의 작은 아파트나 BMW 5시리즈 보다도 비싸다. 하지만 대형 피부 클리닉들은 이 기기를 보유하고 있고, 당연히 시술비는 엄청 비싸다… 그렇다면 얼굴 홍조를 좀더 이성적인 가격에 치료할 방법은 없는가? 당연히 있다.
MAYO Clinic Patient Care & Health Information Rosacea
상기 링크는 존스홉킨스(Johns Hopkins)와 함께 미국 최고의 대학병원으로 평가받는 메이요 클리닉의 얼굴 홍조(Rosacea) 관련 정보 페이지이다. 주요 내용을 부가 설명과 함께 옮겨 보겠다.
얼굴을 붉게 만드는 주요 질환은 홍조(Rosacea) 말고도 여드름(acne), 건선(psoriasis), 습진(eczema) 혹은 루프스(lupus) 등 많이 있다. 먼저 의사의 시진(視診)으로 정확한 병변 종류를 판명 받는다.
1. 미르바소 Mirvaso 연고
성분명은 Brimonidine 이다. 교감신경계에 작용하는 알파 항진제이다. 고등학교 시절에 배웠듯이 교감신경이 항진되면 심장이 뛰고, 얼굴이 발개지고, 입이 마르고, 소화가 멈춘다. 부교감신경이 항진되면 그 반대가 된다. Brimonidine은 얼굴 피부의 신경계에 작용해서 혈관을 수축시키고, 따라서 홍조를 완화시킨다. 얼굴에 바른 후 12시간 이내에 효과가 나타나는 장점이 있지만, 효과를 계속 보려면 계속 정기적으로 발라줘야 하는 단점이 있다. 미르바소는 의사처방전이 필요한 전문의약품으로 약국 판매가는 3만5천에서 4만원 정도이다.
2. 먹는 항생제
사람 피부에는 세균과 바이러스가 서식할 수 있고 그래서 유발되는 대표적 질환이 여드름(propionibacterium acne균 감염)이다. 항생제는 피부의 세균을 죽이고, 염증 반응을 줄임으로써 홍조 치료 효과를 낸다. 대표적으로 쓰이는 항생제는 Doxycycline(바이브라마이신)이나 Minocycline(미노씬) 혹은 Metronidazole(후라시닐)이다. 이들 항생제 요법은 성공적인 홍조 치료 케이스로 2017년 추계 대한미용성형레이저학회에서 두 명의 연자 분에 의해 발표된 바 있다. 치료 완료 기간도 2~3주 정도로, 피부 레이저에 비해 큰 비용대비 효과가 있다. 동네 내과/피부과/가정의학과에서 처방 가능하다.
3. 로아큐탄 Isotretinoin
이상의 치료에도 반응하지 않는 홍조에는 여드름 치료약으로도 흔히 쓰이는 로아큐탄 정을 써볼 수 있다. 약 성분인 Isotretinoin은 비타민A에서 추출된 것으로, 표피 재생 작용이 있고, 광노화 방지에도 효과적이다. 이 같은 효과 때문에 유명한 항노화 화장품 OBAGI Nu-Derm에도 주요 성분으로 포함되어 있기도 하다. 다만 얼굴을 건조하게 하는 부작용이 있고, 태아 기형을 유발하므로 임신 중에는 절대 복용 금기이다.
진료실에서 피부 트러블 상담을 해보면 세안을 너무 세게하는 분들이 많다는 것을 발견한다. 클렌징폼을 커다랗게 손에 짜놓고, 마구 얼굴을 문질러 기름기를 완전히 없애는 것이다. 하지만 이런 습관은 피부 트러블 발생과 노화에 혁혁한 공을 한다. 메이요클리닉 사이트에서도 얼굴을 너무 닦지 말고(Don’t rub or touch your face too much), 비누 성분이 없는 세안제를 사용하며(Use a nonsoap cleanser), 보습제를 자주 바르라고 하고 있다(and moisturize frequently).
정말 중요한 원칙이다. 필자도 세안시 비누나 클렌징폼을 전혀 안 쓴지 2년이 넘었지만 아무 일도 없고, 피부가 더 좋아진다는 걸 발견하고 있다. 다만 세안 후 보습제를 잘 바르고, 외출시 선크림을 꼭 사용해야 한다.
연고나 약을 먼저 써보고, 생활습관을 모두 바꾼 후 시도해 보면 된다. 요즘 피부 클리닉의 난립으로 레이저 시술 가격이 많이 떨어지긴 했지만, 괜찮은 기기로 홍조를 치료하는 데는, 1회 시술에 최소 5만원 이상 비용이 든다. 게다가 1회로 완치되는 경우는 없고 보통 5회 이상 티켓팅을 한다.
어느 날 일어나 출근/등교를 준비하며 샤워를 하는데 아랫도리를 보니 허연 농이 흘러내리거나, 사마귀가 울퉁불퉁 튀어 나온게 보인다면 분명 충격에 빠질 것이다. 안타깝게도 성병에 걸리면 이런 현상이 일어난다. 이럴 때는 공포의 바다에서 헤매지 말고 아래와 같은 이성적 생각을 해보자.
대표적으로 세균성질염 Gardnerella와 곰팡이 질환 칸디다질염이다.
Gardnerella vaginalis 라는 세균으로 인해 발생하는 질염은 아주 심한 비린내가 나는 물 같은 흰색/회색 분비물이 나오는 게 특징이다. 여성 질염의 가장 많은 부분을 차지하며, 원인은 위험한 성접촉과 무관하다. 후라시닐정(Metronidazole 250mg 2T BID) 7일 복용으로 쉽게 치료된다. 일반 가정의학과/내과/산부인과에서 처방 받을 수 있다.
Candida albicans 라는 곰팡이로 인해 생기는 칸디다질염은 덩어리진 흰색 굳은 우유모양 분비물을 낸다. 역시 성접촉과 무관하게 발생하며, 플루코나졸(Fluconazole 150mg) 경구 단회 요법(임신 중에는 복용 금기)으로 치료된다.
클라미디아감염증(Chlamydial Infections)이 대표적이다. 의료인이 아니라면 질병 이름도 모르는 경우가 많지만, 매년 질병관리본부 통계에 잡히는 성병의 30~40%를 차지할 정도로 흔한 질환이다. 전염되어도 여성 대부분(70-80%)에서 무증상 감염을, 남성에서도 50%정도는 무증상 감염을 일으키기 때문에, 자신이 성병 걸린지도 모르고 생활하게 된다.
그러다 배우자/이성친구 어느 쪽에서 증상이 발생하고 큰 사단이 벌어진다. 따라서 스스로 위험한 성접촉을 했다고 생각한다면 동네 병원을 찾아 먼저 검사부터 받는 게 안전하다. 요즘은 전문 의료검체 위탁 검사기관이 발달해 있어, 의원급에서도 소변/혈액으로 하는 필수 성병 검사를 모두 받을 수 있다.
상기 우리나라 성병 통계 그래프에서 알수 있는 것처럼, 클라미디아감염증과 임질(淋疾, Gonorrhea 세균 감염), 성기단순포진(헤르페스 바이러스 감염, 성기에 둥그런 사마귀), 첨규콘딜롬(HPV 바이러스 감염, 성기에 울퉁불퉁한 사마귀)등은 정말 흔한 성병이어서 이들에 대한 의사 진찰과 전문 검사가 필요하다.
매독이나 에이즈(HIV)는 각각 한 해 전국에서 1,000명 정도의 새 환자가 발생하는 비교적 드문 질환이지만, 진단을 놓치면 치명적이기 때문에 반드시 같이 검사를 받아야 한다.
성병 진단에 대한 기록이 남겨지는 것을 꺼려해서 일부러 국민건강보험 비적용에 의무 기록 없이 검사받기 원하는 환자 분도 많다. 이런 경우 기본 요분석검사(Urinalysis)를 해서 백혈구와 세균뇨 여부를 확인하고, 경험적 항생제를 처방받을 수도 있다(의학적으로 권장하지는 않음). 그러면 건강보험 상병 기록에서 단순 요로감염으로 처리되어, 향후 어떤 방법으로도 성병 여부가 기록으로 확인되지 않는다. 아래에 성병 필수 검사 종류와 보험 가격을 정리해 놓았다.
1. 임질균 배양 검사 (소변 검체)
· 임질의 대표적 증상은 성기 끝에서 고름이 나오는 것.
· 소변 안의 균을 배양해서 확진.
· 항생제감수성검사(어느 항생제가 가장 효과가 있는지 확인)를 할 수 있어 유용.
· 의료보험 단가 13,260 원
2. 클라미디아 중합효소연쇄반응(PCR) 검사 (소변 검체)
· 여성에서 많은 경우 무증상이지만, 성교통이나 배뇨통을 일으키기도 함.
· 남성에서는 배뇨통이나 고름 증상을 보임.
· 클라미디아는 배양이 잘 안되는 특수 균주이기 때문에 PCR 검사를 시행.
· 의료보험 단가 32,820 원
3. 매독 정밀 검사
1) RPR 정밀 (혈액 검체)
· 대표적 비트레포네마 검사(Non-Treponemal Test), 매독 감염의 1차 선별 검사
· 의료보험 단가 2,030원
2) TPLA 정밀 (혈액 검체)
· 트레포네마 검사(Treponemal Test)로 민감도와 특이도가 높아 매독의 확정 진단 검사로 쓰임
· 의료보험 단가 9,780 원
4. 에이즈 검사 HIV Ag/Ab (혈액 검체)
· 사람면역결핍바이러스(HIV) 감염증에 대한 1차 선별 검사.
· 결과가 양성인 경우 보건환경연구원 제출용 확진검사를 의뢰해야 함.
· 의료보험 단가 11,300 원
자궁경부암 예방접종인 <가다실>과 <서바릭스> 주사제는 2016년 6월부터 국가필수예방접종(NIP)에 포함되어 무료 접종되고 있다(만 11,12세 여성 대상).
카모마일 의원에서도 시행 중인데 지금까지 느낀 바는 이렇다. 전체 여성 발생 암 중 7위(2014년 국가암정보센터 집계 기준)인 자궁경부암을 주사를 통해 예방하는 획기적 컨셉에다, 돈 주고 맞으면 상당한 고가(1회 15만원, 총 3회 접종 45만 이상)인 주사제를 국가에서 무료로 풀고 있지만, 대중의 관심(특히 사춘기 딸을 둔 어머니들의)은 정말 미미하다는 것이다.
그래서 이들 백신이 정말 획기적인 건지, 무료면 꼭 맞아야 하는지, 무료가 아니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정리해 보기로 했다.
암을 유발하는 원인은 다양하고 그래서 일괄적으로 예방하기가 어렵다. 암 유발 요인 중에는 바이러스도 있는데, B형이나 C형 간염바이러스가 간세포암을, 엡스타인바 바이러스(Epstein-Barr virus)가 버킷 림프종(Burkitt lymphoma)을 일으키는 게 대표적이다.
1976년 독일의 미생물 학자인 하랄트 추어 하우젠(Harald zur Hausen)은 인간 유두종바이러스(human papillomavirus;HPV)가 여성 자궁경부암을 일으킨 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2006년 미국 FDA는 MSD(Merck & Co)사의 가다실(Gardasil)을 HPV 예방접종 주사제로 승인했으며, 2007년도에는 글락소스미스클라인(GlaxoSmithKline;GSK)사의 서바릭스(Cervarix)를 승인한다.
하랄트 추어 하우젠은 2008년도 노벨 생리의학상을 수상하는데, 연구 발표가 1976년이고, HPV 백신이 처음 나온게 2006년이었으니, 자궁경부암 예방에 대한 실용적 업적을 평가받은 것이다. 그래서 가다실/서바릭스 백신에 회의적인 보호자 분을 만나면 이건 노벨상을 탈 정도로 획기적인 연구에서 나온 약제라는 사실을 얘기한다.
상기 사진은 보건복지부/질병관리본부에서 배포한 자료이다. 사람유두종바이러스는 성적 접촉으로 전파되며 대부분 무증상 감염을 일으킨다. 산부인과 검사를 일부러 받지 않는 이상 감염 여부를 알 수 없다. 다행인 것은 많은 경우 HPV 감염은 몸의 항체 등에 의해 자연소실 된다는 점이다. 하지만 소수는 지속감염에 노출되고, 결국 암이 발생하게 된다.
성관계 대상자가 많은 여성은 자궁경부암 위험군에 속한다. 하지만 여성 본인의 성관계 파트너가 한 명이어도 그 남자가 예전에 성관계 대상자가 많았었다면 또 위험이 올라간다. 결국 성생활 습관이나 확률로 대비할 게 아니라 사춘기 이전에 미리 예방접종을 받는 것이 최선의 방책이다.
영국에서 HPV 백신을 국가예방접종으로 도입한 2008년부터 2013년까지의 단 5년 간 16~18세 여성에서 백신의 주 치료 타겟인 HPV 16, 18형 감염 유병률이 66%나 감소한 것을 알 수 있다. 자궁경부암 백신은 이론 배경이나 치료 효과 모두 검증이 되었다고 할 수 있다.
카모마일 진료실에서 자궁경부암 국가예방접종을 설명할 때 이렇게 좋은 주사제가 무료인 것을 강조하곤 했다. 하지만 무료를 기뻐하는 보호자님들은 없었고, 항간에 떠도는 부작용 소문을 더 관심있어 하셨다. 이를테면 아래 링크된 기사 같은 사례이다. 이 언론사는 HPV 예방접종 후 사망에서 사지마비, 복합부위통증증후군 등의 발생 사례를 소개하고 있는데, 기사 신뢰도는 회의적이라고 생각한다.
http://www.factoll.com/page/news_view.php?Num=3293
<팩트올>이 사망 사례 기사에서 인용하고 있는 영국 언론사는 데일리메일이라는 곳이다. 원본 기사는 아래 링크에 있다.
<데일리메일>은 <더 선>(The Sun)과 함께 영국의 대표적 타블로이드지로 꼽힌다. 우리나라로 치면 <선데이서울>이다. 기사 내용은 장황하지만 의학적, 법적으로 확인된 증거는 나와 있지 않다.
아래 링크는 Vaccine Knowledge Project에서 제공하는 HPV 백신의 안정성 연구 설명이다. 이 프로젝트는 영국 옥스포드 대학(University of Oxford) 소아과 교실 산하의 Oxford Vaccine Group이 운영한다.
http://vk.ovg.ox.ac.uk/hpv-vaccine
2009년에서 2016년 사이 영국에서 팔백오십만 도즈(dose) 이상의 HPV 백신 주사제가 접종되었으며, 이와 연관된 심각한 부작용은 발생하지 않았음을 알 수 있다. 당연히 사망 사건에 대한 언급도 없으며, 덜 심각한 합병증인 체위빈맥증후군(postural orthostatic tachycardia syndrome;POTS)이나 복합부위통증증후군(Complex Regional Pain Syndrome;CRPS)도 백신과는 관계 없다고 설명하고 있다.
HPV 백신 국가예방접종 사업은 미국 영국 프랑스 독일 일본을 포함한 전세계 65개국에 도입되어 있으며, 세계보건기구(WHO)도 국가 차원의 예방접종 사업을 권고하고 있다. 정말 심각한 부작용이 있다면 이들 선진국 보건당국이나 WHO가 접종을 중단 시킬 것이다.
국가필수예방접종 대상 나이대가 아닌 여성의 경우 자궁경부암 백신을 유료로 맞는 수 밖에 없다. 그렇다면 돈 주고라도 꼭 맞아야 할지가 궁금해진다.
HPV의 국내 감염 현황에 대한 통계이다. 18~79세 여성에서 감염 유병율이 34.2 퍼센트로 여성 인구의 3분의 1을 넘었다. 이렇게 흔한 바이러스이기 때문에 어릴 때 예방주사 맞는 게 최고이다. 하지만 이미 성인이 된 여성에서도 자궁경부암 백신은 HPV 지속 감염과 자궁경부 상피 내 종양(CIN)을 줄여주는 효과가 있다. 특히나 성매개로 전염되는 바이러스이기 때문에 지금 배우자 혹은 남자친구가 예전에 어떤 복잡한 관계가 있었는지 모르는 여성이라면 예방이 필요하다고 하겠다.
그래서 미국 FDA는 만9세에서 26세의 여성들에게 가다실/서바릭스 접종을 허가하고 있다. 유럽과 호주를 포함한 37개국은 미국과 기준이 달라서 27세에서 45세까지의 성인·중년 여성에 대해서도 적응증 허가를 한 상태이다.
http://healthcare.joins.com/master/healthmaster_article
국내 기준은 미국과 비슷해서 서바릭스는 만9~25세 여성, 가다실은 만9~26세 여성 및 남성이 대상이다. 남성은 자궁이 없어서 자궁경부암은 안걸리지만, HPV를 통해 생식기사마귀, 항문암 등이 발생하므로 접종 대상이 된다.
자궁경부암은 위 사진처럼 흉측하게 생겼다. 이걸 일으키는 HPV는 항원형(Serotype)에 따라 여러 종류로 나뉜다. 가장 중요한 16 및 18형을 예방해주는 것이 서바릭스(2가)이고, 가다실은 HPV 6형, 11형, 16형, 18형을 막아주는 4가 백신이다.
서바릭스가 2가이고 가다실이 4가이니 가다실이 두 배 좋은 백신이고 가격도 두 배인 건 아니다. 그림 설명대로 16, 18형이 전체 자궁경부암 발생의 70%를 차지하며, 가다실에 추가된 6, 11형은 암 발생이 적은 저위험 유형에 속하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가다실9 이라고 하는 9가 백신도 시판된 상태이다. 각 백신을 유료 접종 받는 경우 일정 및 평균가는 아래와 같다.
· 서바릭스 (GSK) – 1회 접종가 12~15만원 / 만9~25세 여성 0, 1, 6개월 일정 총 3회 접종
· 가다실 (MSD) – 1회 접종가 11.5~18만원 / 만14~26세 남여 0, 2, 6개월 일정 총 3회 접종
· 가다실9 (MSD) – 1회 접종가 18~20만원 / 만15~26세 남여 0, 2, 6개월 일정 총 3회 접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