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려서 읽은 동화가 실은 병적인 어른 심리를 바닥에 깔고 있다는 걸 알고 놀라울 때가 있다. 그림 형제 동화 중 하나인 ‘백설공주’ 에서 왕비는 매일마다 마법 거울 앞에서 “거울아 거울아 세상에서 누가 제일 예쁘니?” 라고 말하곤 했다(억양까지 잊혀지지 않는 대사).
왕비가 제일 예쁘다는 말을 듣는 동안은 평온했지만 어느 날 솔직한 거울이 백설공주가 세상에서 제일 예쁘다고 말하자 온갖 사단이 벌어지기 시작한다.
왕비는 허영이 지나쳐 자기보다 예쁜 여자는 살려둘 수 없다는 정신병으로 발전하고 말았다. 뛰어난 심리 해설자인 버트런드 러셀은 <행복의 정복> 책 초반부 부터 허영의 심리에 대해서 예리하게 파헤친다. 허영은 행복을 망치는 심리이고, 그걸 극복하기 위해서는 그 반대인 ‘사랑하는 능력’ 을 키울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
허영심이 어느 한계를 넘어서면 모든 활동에서 얻을 수 있는 즐거움을 말살해 버리기 때문에, 허영심이 지나친 사람은 결국 무기력과 권태에 빠지게 된다. 허영심은 자신감이 부족한 데서 비롯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자존감을 키워야 허영심을 치료할 수 있다. 자존감을 기르는 유일한 방법은 외부적인 대상에 대한 관심으로 시작한 활동에서 성공을 거두는 것 뿐이다.
지나친 허영은 자신감의 부족으로부터 온다고 말하고 있다. 놀라운 해석이다. 자존심이 너무 세서 허영심이 강한 것이라고 흔히들 생각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곰곰히 생각해보면 자신감이 없는 사람이 불안해지고 공허해지고, 결국 그걸 메우기 위해 허영에 빠지는 게 맞다. 결국 허영심은 과거 자존심에 상처를 받았던 기억으로부터 오는 반동 심리, 병적 심리가 된다.
그래서 허영심 에서 탈출하려면 먼저 상처의 기억으로 크게 어그러져 버린 자아의 감옥을 허물고, 즐겁고 사랑할 수 있는 일을 찾아야 한다. 그리고 사랑을 주고 사랑을 받을 수 있는 사람을 찾는 것도 중요하다.
인간의 본능은 완전한 자기중심성과는 거리가 멀고, 자기도취적인 경향이 있는 사람은 죄의식에 사로잡힌 인간과 마찬가지로 늘 자신을 인위적으로 제약하기 때문이다.
자아의 감옥에서 벗어난 사람이 가진 특징 중에는 진정한 사랑을 할 수 있는 능력이 포함된다. 사랑은 받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받는 사랑은 마땅히 베풀어야 할 사랑을 해방시켜야 한다. 이 두 종류의 사랑이 비슷한 수준으로 존재할 때 사랑은 그 최대의 가능성을 달성할 수 있다.
자기 중심적이지 않은 사람은 남을 잘 사랑해주는 능력도 갖춘다. 이 능력이 있는 사람은 외모가 아니더라도 매력있게 느껴진다. 예를 들면 오프라 윈프리 같은 여성이다. 그녀는 자신감이 넘치지만 오만하지 않다. 이해심이 있으며 말을 재치있게 한다. 사람을 끌어들이는 매력들이다. 허영심을 버리고 대신 가져 볼 만한 미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