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역사 속으로 사라져 버린 LG 폰. 세계 최초 ‘모듈형’ 스마트폰 G5, 천연 소가죽 케이스도 아니고 소가죽이 본체 뒷면에 덮혀 있던 G4, 폰 전체가 곡면으로 휘어진 G Flex 등을 출시했지만 정말이지 쫄딱 망했다. 애플과 삼성의 득세 속에 소니의 스마트폰도 그렇게 잊혀질 걸로 생각 되었다(정말 사라진 노트북 브랜드 Sony VAIO 처럼).
소니 스마트폰의 세계 시장 점유율은 추산 3.5% 이다. 반면 세계 1위 삼성은 19.8%.
2024년 출하량 기준 Yahoo Finance
삼성 폰은 쿠팡에서 사면 내일이라도 받을 수 있지만 소니 폰은 해외직구를 해야 해서 배송은 기본 1주이고, 관부가세 10%가 붙기 때문에 플래그십 모델 기준 삼성보다 더 비싸기도 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소니 Xperia 1 VI 이나 1 VII 을 사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건 갤럭시 S25 울트라나 아이폰 17 Pro에도 없는 몇 가지 특장점이 있기 때문이다. 소니는 전 세계 이미지 센서 1위 기업이고 알파 시리즈 카메라로 유명한데, 엑스페리아에도 그 기술이 적용되었다. 아이폰 화면이나 사진이 ‘화사’하다면, 엑스페리아의 것은 ‘정밀’하다. 아이폰이나 갤럭시는 그냥 찍어도 예쁘게 나오지만, 엑스페리아는 렌즈 사이즈나 ISO, FPS 등을 맞추고 찍으면 미세하면서 사실적인 결과물을 얻을 수 있다.
Micro SD 카드 슬롯이 있어 메모리 추가가 가능하고, 3.5mm 오디오 단자가 있어서 고급 유선 이어폰이나 헤드폰을 연결할 수 있다. 게다가 노치나 펀치홀이 없는 디스플레이, 물리적 카메라 반 셔터 버튼, 소니 카메라에 붙여 외부 모니터로 쓸 수 있는 것도 엑스페리아의 다른 장점들이다.
엑스페리아 플래그십 라인인 1 VI(원 마크 식스라고 읽음)이나 1 VII은 미국 시장에 공식 출시도 되지 않았다(1 V 까지는 출시). 국내 시장에서는 2018년의 엑스페리아 XZ3가 마지막이었다. 그래서 엑스페리아를 사려면 우선 일본 중국 홍콩 대만의 판매처나 거기 연계된 국내의 해외직구 대행사를 알아봐야 한다. 최신 기기 1 VII의 가격은 관부가세 포함 170만원에서 200만원 정도였다. 너무 비싼 것 같아 다른 구매처를 알아 보았다. 결국 엑스페리아 중고는 알리익스프레스에서, 신품(공식 유통망을 거친 것은 아니지만)은 중국 타오바오에서 사는 것이 가장 저렴하다는 것을 알았다.
타오바오(https://world.taobao.com)는 중국 최대 전자상거래 사이트이다. 중국 내수 용으로 시작해서 메뉴도 영어나 한국어 지원이 안 된다는 게 같은 알리바바 그룹 산하의 알리익스프레스(https://ko.aliexpress.com)와의 차이이다. 우리나라 쿠팡이나 지마켓처럼 수많은 소매 상점들을 플랫폼으로 모아 놓았는데, 그 중에는 몇 년째 좋은 평판을 얻고 있는 곳도 있고, 생긴지 얼마 안 되어 판매량이 0인 곳도 있다. 결국 셀러 평가를 확인해야 하는데, 셀러 등급에서 왕관 이상, 평점은 4.9나 근처, 같은 카테고리 상품 판매자들 중 비교 지수 50~60를 확인하면 좋다고 한다.
디시인사이드_타오바오 셀러 거르기_소령쟈응
后门(hòumén)은 한국어로 뒷문을 의미하는데, 정식 유통망을 거치지 않고 뒤로 빼서 파는 제품을 지칭한다. 리퍼비시와 비슷한 개념이다. 타오바오의 몇몇 상점들에서는 엑스페리아 后门 제품을 취급하고 있다. 정식 AS가 되지는 않지만 가격은 그 만큼 저렴하다. 우리나라에서 해외직구로 정품 엑스페리아를 사도 어차피 AS는 현지 판매처로 항공우송을 해야 하므로, 그걸 포기하고 싼 제품을 사기로 했다.
중국어 번역 기능이 좋은 크롬 인터넷 브라우저로 타오바오에 들어가 검색하니 Xperia 1 VI 신품 가격은 5,099.65 위안(¥; CNY)이었고, 카드 결제로 원화 1,007,965원, 중국내 배송비는 무료였다. 필자가 선택한 샵은 한국으로 직배송이 안 되어 중국 내 배송대행지를 이용해야 했는데, 여기 비용이 8천원 정도 나왔다. 결국 제품가격 관부가세10% 배송비를 모두 포함한 금액은 112만원 정도 였다.
결제는 비자나 마스터카드 번호를 입력해서 바로 진행할 수도 있지만, 막히는 곳이 많았다. 결국 같은 알리바바 그룹의 알리페이를 사용하는게 편리 면에서 좋다. 알리페이는 중국 여행을 가본 사람들에게 익숙한 앱인데, 처음 사용 시 여권 사진을 올려야 해서 복잡하지만, 한 번 설정이 되면 중화권 온오프라인 상점 어디서나 통용 되어 좋다. 알리페이에 중국 신용카드 브랜드인 유니온페이 카드를 등록하면 3% 결제 수수료가 할인된다. 거기에 추가로 5%나 10% 해외결제 할인을 해주는 카드도 있다(eg. 신한카드 Deep On Platinum+). 필자도 그렇게 할인을 받았다.
알리페이/위챗앱 유니온페이 카드 등록시 결제 수수료 면제
银联(은련) = 유니온페이 카드로 결제하면 3% 수수료가 없음
관부가세는 구매자가 개별적으로 납부해야 국내 통관되고 최종 배송을 받을 수 있다. 타오바오 앱에서 배송 상태를 먼저 살펴본다.
중국 선전시(深圳市)에서 대륙을 가로질러 산둥성 웨이하이시(威海市)로 가는 모습이다. 육지 교통로를 이용하는 데 2~3일 정도 밖에 안 걸린다. 이후 웨이하이시의 배송대행지에서 한국으로 물품을 보내주는데 1~2일이 소요된다.
한국 세관 도착 후 스마트폰 모바일지로 앱을 열어 조회/납부 – 국고금 – 관세(통고처분) 항목으로 가면 관부가세가 뜬 게 보인다. 납부하면 2~3일 내로 폰을 수령할 수 있다. 떨리는 마음에 박스를 열여보고 몇 주 사용해 보았는데 미세한 이상(환한 직사광선 아래 액정 화면 바닥 일부에 굴곡이 보임) 외에는 말끔한 신품인 것을 확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