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베르 카뮈의 <이방인>은 어머니를 회상하는 것으로 시작한다. ‘오늘 엄마가 죽었다. 아니, 어쩌면 어제. 모르겠다.’
보통 사람과 완전히 다른 감정체계를 가지고 있던 주인공 뫼르소는 아기 때부터 자기를 키워줬던, 그리고 요양원에서 쓸쓸하게 죽음을 맞이한 어머니에게 별 감흥이 없다. 이 사실은 그가 나중에 살인사건에서 사형을 언도 받는데 큰 공헌을 한다.
심리학적으로 Anomie(동정심 공감능력 없음)로 볼 수 있는 뫼르소의 성격이 왜 시대를 흔든 대작의 주인공 성격이 되어야 했을까? 그건 그를 단순한 사이코패스로 볼 수 없게 하는 사회적 성격 형성이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아무것도 믿지 않으며, 쓸쓸하게 살아가는 현대 사회의 존재양식이 뫼르소 같은 사람을 양산하고 있으니까.
죽기 전날 사형수 감방 안에서 뫼르소는 간만에 어머니를 떠올린다. 기력도 없이 양로원에 갇힌 처지면서 새 약혼자를 만들려고 했던 어머니. 뫼르소 자신이 가졌던 삶에 대한 반항과 자유, 그로인해 더 많이 느끼며 살 수 있었던 열정, 그것이 어머니의 열정과 동일하다는 것을 알게 된다. 그리고는 다가올 단두대 처형에도 열정과 사랑으로 동화되어 버리는 경지를 보여준다.
정말 이상하면서 슬프며 장엄한 결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