텔레비전 화장품 광고를 보면 ‘피부장벽’ 이라는 말이 자주 나온다. 사람 피부는 그 자체로 외부 세균이나 바이러스에 완벽한 방어막 역할을 한다. 그런데 가려워서 긁거나, 심한 마사지나 피부 스크럽 등을 받으면 장벽에 균열이 간다. 그래서 ‘부스럼’ 이 생기게 되는데, 집에서도 쓸 수 있는 소독된 의료기구로 배농을 빨리 하면 결과가 좋다.
위생 조치 없이 손으로 짜다가, 혹은 그냥 오래 두어서 커져 버린 종기는 병의원에서 배액 시술을 받아야 잘 낫는다. 이런 외과적 시술이 존재하지 않던 조선시대에는 왕(王)들 조차 피부 종기로 사망했다(문종과 정조). 후백제의 왕 견훤도 등에 난 큰 종기(등창) 때문에 죽은 걸로 유명하다.
http://www.hani.co.kr/arti/science/science_general/648527.html
긁다 부스럼 생긴 경우가 제일 흔하긴 하지만 다른 드문 중요한 질환 가능성을 놓쳐서는 안 된다. 바로 피부암이다.
상기 사진은 얼핏 보면 그냥 종기, 뾰루지지만 실은 피부 악성종양이었다. 겉모양도 암 답게 ulceration(궤양; 움푹파임)이 있었고, 비대칭적 색소 침착도 있었다. 이렇게 의심스럽게 생긴 병변은 조직검사를 받아야하고, 그러면 병리학적으로 암이 ‘확정 진단’ 된다.
상기 사진의 좌 중 우 병변 모두 피부 암이다. 피부암은 주위로 무질서하게 뻗어나가는 성질이 있으므로 색깔도 그렇고, 모양도 그렇고 공격적이고 무서운 느낌이다.
또한 환자의 병력도 중요하다. 40대 이상, 흡연자, 만성 음주 경력이 있는 분은 꼭 악성 가능성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
아래에 카모마일 의원에서 시행한 종기 치료 시술 동영상을 올려두었다. 먼저 멸균주사기로 배액을 시도했지만 농의 양이 많아서 불완전하게 끝났다. 이후 수술용 블레이드로 절개창을 내고, 완전 배액에 성공했다.
종기 치료는 피부 질환이기는 하지만 국민건강보험이 적용된다. 미용 목적이 아닌 세균 감염에 대한 치료 목적이기 때문이다. 해당되는 건강보험 수가는
– 흡입배농 및 배액처치 – 10,300원
– 창상봉합술(안면과 경부이외 단순봉합) – 17,490원
이다. 상기 수가가 합쳐진 금액의 30% 정도를 환자분은 본인부담금으로 내게 된다. 거기에 진료 수가가 더 붙는다. 그러면 의원급에서 진찰과 시술을 받고 내는 총 진료비는 대략 1만 6천 정도가 된다(비급여 처치나 재료대를 하나도 안 쓴 경우).
얼굴 피부에 발생하는 종기의 주 원인은 세균 감염이다. 피부상재균(皮膚常在菌)이라 불리는 균주들이 있는데, 여드름을 유발하는 Propionibacterium acnes 나 Staphylococcus aureus (황색포도상구균) 등이 잘 알려져 있다.
피부 종기를 집에서 손으로 짜려고 하면 낫지 않고 더 커지는 경우가 있는데, 손에 있는 피부상재균이 병변으로 더 깊이 들어가 버렸기 때문이다. 그러니 적당한 소독 약제(포비돈/알콜)와 소독 기구(금속 압출기) 없는 자가 치료는 추천되지 않는다.
피부상재균 감염만 있다면 치료는 쉽고 잘되는 편이다. 하지만 간단한 세균 감염 이상인 병변도 있으니 먼저 의사의 진찰을 받아보면 좋다. 세균이 아닌 곰팡이(Kerion; 두피에 생기는 곰팡이 감염 알러지반응)나 바이러스(Herpetic whitlow; 단순포진 바이러스 감염 후 생기는 농성 부종), 혈관기형(Vascular malformation; 검푸른 종기처럼 보일 수 있음)을 단순 배농으로 치료하다간 사태가 더 악화된다.
유명 한식당 대표가 아이돌 그룹 수퍼주니어의 멤버가 기르던 개에 물려 사망한 사건이 있었다. 처음은 개의 이빨에 물린 작은 상처의 세균 감염이었다. 하지만 그 균이 피부를 넘어 혈관에 들어가고, 혈액을 타고 번식하며 온 몸에 퍼져 ‘패혈증'(敗血症; sepsis)에 이르러 쇼크사했다.
만성 질환이 없는 건강한 일반인이라면 작은 상처나 종기로 인한 패혈증을 걱정할 이유가 없다. 하지만 고령, 당뇨병 환자, 면역억제제를 투여 받는 환자의 경우는 특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피부 종기의 위치도 위험도에 중요한 요소이다. 직장/항문 근처나 손에 발생한 종기는 합병증이 잘 생기는 부위여서 전문 외과 클리닉이 아니면 절제 배농(Insicion & drainage)을 하지 않는다. 얼굴 신경(facial nerve)이나 경동맥(carotid artery), 대퇴동맥(femoral artery) 근처에 있는 병변도 주의가 필요하다.
얼굴의 위험한 삼각형(Danger triangle of the face)이라 불리는 곳이 있다. 이곳의 세균 감염은 정맥을 통해 인접한 해면정맥동(cavernous sinus)을 감염시키고, 이곳을 지나는 뇌신경(cranial nerve)에까지 영향을 줄 수 있다. 한마디로, 그래서 병원에서는 이쪽 종기를 잘 안 째주려 한다(대신 항생제로 말리거나 온찜질로 가라앉힐려고 함).
아래에 카모마일 의원에서 시행한 배액 시술 사진을 올려두었다. 시술 비용은 국민건강보험 코드상 ‘단순처치’ 수가를 적용받는 게 보통이며, 이경우 의원에 지불하는 총 비용(기본진찰료+행위료+주사료 등등)은 1만원 내외가 된다.
▶ 주요 내용 참고처
– UpToDate : Technique of incision and drainage for skin abscess by Kathleen A Downey, MD / Theresa Becker, D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