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의 대장 안에 대장균이 살듯이 사람의 피부에는 포도상구균이라는 미생물이 번식하고 있다. 포도상구균도 대장균처럼 평소에는 문제를 일으키지 않다가, 피부 마찰이나 상처가 심해지면 표면 아래로 침투해 문제를 일으킨다.
그렇게 형성된 작은 종기는 항생제로 곧잘 완치되지만, 슈퍼박테리아(여러 항생제에 내성이 생긴) 포도상구균은 환자를 사망하게 할 정도로 치명적이다.
종기를 집에서 짜다가 악화되어 병원으로 오는 경우도 많은데, 아래 사진의 뾰루지(Pimple) 정도 상태라면 집에서 금속 압출기로 치료해도 무방하지만, 큰 종기(Carbuncle)로 발전했을 때는 항생제 치료와 더불어 절개 배농 시술을 받아야 깔끔히 빨리 낫는다.
코로나19로 인한 사망이 고령, 만성질환자 중에 많이 발생하듯이, 당뇨병 같은 기저 질환이 있는 중장년 환자 분들은 작은 피부 손상에도 종기가 더 잘 생긴다. 격투기나 미식축구 선수처럼 격렬한 신체 접촉이 있는 경우, 혹은 알레르기 습진 체질인 경우, 암이나 결핵 등으로 전반적 면역력이 저하된 경우에도 종기가 잘 발생할 수 있다.
큰 종기는 피부를 절개해서 세균과 죽은 조직이 범벅되있는 농을 배출 시키고 항생제를 써야 치료가 된다. 먼저 마취를 하고, 수술용 메스로 종기를 절개하고, 압출해서 농을 빼낸다. 그리고 바로 피부 봉합을 하지 않고 3~4일 정도 항생제를 투여하며 경과를 관찰한다.
아래 서초동 카모마일 의원에서 시행한 등 부위의 큰 종기 절개 배농 시술 장면을 올려 두었다.
얼굴 피부에 발생하는 종기의 주 원인은 세균 감염이다. 피부상재균(皮膚常在菌)이라 불리는 균주들이 있는데, 여드름을 유발하는 Propionibacterium acnes 나 Staphylococcus aureus (황색포도상구균) 등이 잘 알려져 있다.
피부 종기를 집에서 손으로 짜려고 하면 낫지 않고 더 커지는 경우가 있는데, 손에 있는 피부상재균이 병변으로 더 깊이 들어가 버렸기 때문이다. 그러니 적당한 소독 약제(포비돈/알콜)와 소독 기구(금속 압출기) 없는 자가 치료는 추천되지 않는다.
피부상재균 감염만 있다면 치료는 쉽고 잘되는 편이다. 하지만 간단한 세균 감염 이상인 병변도 있으니 먼저 의사의 진찰을 받아보면 좋다. 세균이 아닌 곰팡이(Kerion; 두피에 생기는 곰팡이 감염 알러지반응)나 바이러스(Herpetic whitlow; 단순포진 바이러스 감염 후 생기는 농성 부종), 혈관기형(Vascular malformation; 검푸른 종기처럼 보일 수 있음)을 단순 배농으로 치료하다간 사태가 더 악화된다.
유명 한식당 대표가 아이돌 그룹 수퍼주니어의 멤버가 기르던 개에 물려 사망한 사건이 있었다. 처음은 개의 이빨에 물린 작은 상처의 세균 감염이었다. 하지만 그 균이 피부를 넘어 혈관에 들어가고, 혈액을 타고 번식하며 온 몸에 퍼져 ‘패혈증'(敗血症; sepsis)에 이르러 쇼크사했다.
만성 질환이 없는 건강한 일반인이라면 작은 상처나 종기로 인한 패혈증을 걱정할 이유가 없다. 하지만 고령, 당뇨병 환자, 면역억제제를 투여 받는 환자의 경우는 특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피부 종기의 위치도 위험도에 중요한 요소이다. 직장/항문 근처나 손에 발생한 종기는 합병증이 잘 생기는 부위여서 전문 외과 클리닉이 아니면 절제 배농(Insicion & drainage)을 하지 않는다. 얼굴 신경(facial nerve)이나 경동맥(carotid artery), 대퇴동맥(femoral artery) 근처에 있는 병변도 주의가 필요하다.
얼굴의 위험한 삼각형(Danger triangle of the face)이라 불리는 곳이 있다. 이곳의 세균 감염은 정맥을 통해 인접한 해면정맥동(cavernous sinus)을 감염시키고, 이곳을 지나는 뇌신경(cranial nerve)에까지 영향을 줄 수 있다. 한마디로, 그래서 병원에서는 이쪽 종기를 잘 안 째주려 한다(대신 항생제로 말리거나 온찜질로 가라앉힐려고 함).
아래에 카모마일 의원에서 시행한 배액 시술 사진을 올려두었다. 시술 비용은 국민건강보험 코드상 ‘단순처치’ 수가를 적용받는 게 보통이며, 이경우 의원에 지불하는 총 비용(기본진찰료+행위료+주사료 등등)은 1만원 내외가 된다.
▶ 주요 내용 참고처
– UpToDate : Technique of incision and drainage for skin abscess by Kathleen A Downey, MD / Theresa Becker, D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