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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트코인이 아름다워 보일 때
국가나 대기업 발행의 암호화폐

 

대한민국의 법조인이자 정치인인 조윤선님은 1991년 사법시험에 합격했다. 이후 김앤장 법률사무소 변호사가 되고, 비례대표 국회의원을 거쳐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직을 수행하기도 했다. 2014년 6월 부터 2015년 5월까지는 대통령비서실 정무수석 자리에 있었다. 그녀는 11개월 간의 청와대 정무수석비서관 시절, 한 번도 대통령을 독대하지 못했다.

조 전 장관님은 2015년 12월에 케이블TV 채널A와 인터뷰를 했는데, 아래와 같은 내용이었다.

박근혜 대통령이라는 멘토가 있었기 때문에 많은 국정 경험을 쌓을 수 있었다. 작은 일에 일희일비하지 않는 담대함, 진심에 대한 믿음, 언행을 무겁게 하는 박 대통령의 장점을 닮고 싶다.

한 번도 개인 대면한 적은 없지만, 대통령은 장관님의 멘토가 되었다. 잘 보이지 않고, 전하는 말도 별로 없었기에 일희일비 없는 담대함과 언행의 무거움이 느껴졌던 것 같다.

비트코인 투자를 하는 데 왜 정치 얘기가 나오는가? 여기서 필자가 말하고 싶은 건 ‘이익 관점’ 의 차이가 같은 그림을 얼마나 다르게 보이게 하는지 이다.

조윤선 전 장관님은 임명직으로서 인사권자에게 복종할 수 밖에 없었다. 안 그럴려면 그만두는게 낫다고 생각했을 수도 있다. 그래서 별 소통 없었던 상관이지만 묵언 수행 시켜준 고승처럼 떠받드는 말을 했다. 대통령과 이익 공유가 없는 민간인이나 언론인이라면 같은 실상을 보고 엄청나게 쉬운 비판의 말을 쏟아냈을 것이다.

★ 이익관계 1 – 비트코인 보유자

중국 주식 투자계에 <지금 중국 주식 천 만원이면 10년후 강남 아파트를 산다> 책이 있다면, 비트코인 투자계에는 <비트코인 1억 간다> 책이 있다. 아직 비트코인 가격이 곤두박 치기 전인 금년 2월 출간된 이 책에는 아래와 같은 대담한 예측이 수록되어 있다.

선물거래 시장에 상장했다는 것 자체가 이제는 대놓고 거대 자본이 들어오겠다는 걸 의미한다. 시장조사기관인 스탠드포인트리서치의 창업자이자 애널리스트인 로니 모아스 Ronnie Moas 는 2017년 12월 18일 CNBC와의 인터뷰에서 비트코인 가격이 38만 달러(약 4억원)까지 오를 것이라고 주장했다. 2017년 그가 예측해 왔던 비트코인 가격은 그대로 적중돼 왔다. 내 생각엔 상반기 안에 5천만 원도 뚫을 수 있을 것이다.(283쪽)

선물거래 상장 이후 그들의 목표는 뉴욕 증권거래소를 향해 있을 것이다. JP모건 같은 헤지펀드들도 선물거래 진출을 서두르고 있고, 나스닥도 2018년 2분기 선물 상장을 계획하고 있다. 일본은 2017년 8월 이미 비트코인 채권을 발행했으며, 도쿄금융거래소도 1월 상장을 발표했다. … 비트코인은 튤립 버블과는 다르다. 가격이 떨어질 수도 있지만 이들의 궁극적인 목표는 우상향이다. 2018년 우선적으로 4천~5천만원, 그리고 궁극적으로는 1억 원까지 상승할 것이다. 몇백만 원 떨어졌다고 해도 일명 고래들은 아쉬울 것이 없다. 우리 개인투자자들은 코인 갯수를 늘리고는 싶지만 심리적으로 견뎌낼 수가 없다. 2천 만원에 산 비트코인이 500만 원까지 떨어진다면 견뎌낼 수 있겠는가? 그러나 장기적인 관점에서 멀리 본다면 선택은 어떠해야 하는지 답은 확실하다.(284쪽)

2017년 암호화폐 시가총액은 거의 7.3배의 놀라운 성장률을 보였다. 이어서 2018년부터 2020년까지 암호화폐 시장은 폭발적인 우상향이 될 것이 확실하다. 상승과 하락의 골이 깊을 수는 있지만, 전체적으로 시장 전망은 폭발적으로 성장할 것이다. … 암호화폐가 ‘탈중앙화’를 표방하며 나온 것은 맞지만, 이제 그 정체성과 이념은 사라지고 2018년은 전면적으로 국가와 대기업들이 만든 코인이 등장하는 해가 될 것이다. … 따라서 우리 개미들은 암호화폐에서 돈을 벌기 점점 더 어려워지는 구조가 된다. 그래서 공부, 또 공부하고 좋은 코인을 보는 안목을 갖춰야 한다. 그리고 국가와 세력보다 저점에 사서 기다리면 된다. (294쪽)

필자는 <지금 중국 주식 천 만원이면 10년후 강남 아파트를 산다> 책을 읽고 감명을 받아 거액의 중국 주식을 매입했었다. <비트코인 1억 간다> 책을 읽고는 다행히 감명을 안 받고 비트코인도 사지 않았다. 이 책의 주장이 2015년 대폭락 전 중국 주식 낙관론자의 흥분된 예측과 매우 유사하게 느껴졌기 때문이다.

비트코인으로 돈을 많이 벌었고, 아직도 막대한 양을 보유하고 있다가 그 이익관점에 매몰되어 버린 건 아닐지. 같은 그림을 보았지만 한 군데 만 너무 아름답게 봐 버린 것이다.

★ 이익관계 2 – 비트코인과 국가, 대기업

<비트코인 1억 간다> 책은 2018년을 국가와 대기업들이 만든 코인이 전면적으로 등장 하는 해가 될 거라고 말했다. 올해가 이미 다 가고 있으니 그게 실현될 일은 없겠지만, 그래도 미래에는 국책 은행이나 다국적 IT 기업 들이 가상화폐를 발행하는 날이 올 지도 모른다. 아래 <애프터 비트코인> 책의 구절을 읽어보자. 저자는 일본의 레이타쿠대학 경제학부 교수이자, 일본 은행과 국제결제은행(BIS) 전문관료 출신인 나카지마 마사시님이다.

현재 예상외로 많은 중앙은행들이 블록체인을 활용한 디지털화폐의 실증실험에 나서고 있다. 새로운 기술의 도입에 대해 지금까지 비교적 보수적인 자세를 취했던 중앙은행들이 블록체인이라는 신기술을 채용하기 위해 일제히 적극적으로 움직이기 시작했다는 것은 어떤 의미에서는 매우 놀라운 일이다. 그 배경에는 다른 나라에 뒤처지기 전에 블록체인을 활용할 수 있는 환경을 정비해두어야 한다는 중앙은행들 사이의 경쟁의식도 언뜻 엿보인다. 가장 전형적인 사례가 ‘세계 최초의 디지철화폐 발행국을 목표로 삼는다’고 공언하고 e-크로나(e-krona)의 발행 계획을 추진 중인 스웨덴 중앙은행이다.(174쪽)

당시에는 IC카드형 전자화폐 기술을 전제로 생각했기에 IC카드나 메모리칩의 기밀 데이터를 읽는 것을 막는 기능인 탬퍼 레지스턴스(tamper resistance)나,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의 서로 다른 여러 기술을 조합해서 방어 능력을 높이는 방법 등이 논의되었다. 하지만 부정한 기술도 진화해서 방어망을 요리조리 빠져나가므로 이런 방법이 100퍼센트 확실하다고는 할 수 없었다. 만에 하나 모든 방어망이 무력화되는 경우에는 무한정으로 복제될(무한한 위조 화폐가 만들어질) 가능성이 있다는 점에서 발행 주체의 입장에서는 상상만으로도 오싹하고 일종의 공포마저 느껴졌다. … 이런 점에서 블록체인은 역시 획기적인 발명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블록체인은 디지털 데이터를 다루면서도 거래를 블록마다 확정하고 앞 블록의 요소를 다음 블록에 포함함으로써 위조와 중복 사용을 방지해 복제의 우려를 말끔히 없앴다. 당시에 블록체인 기술이 있었다면 전자현금 프로젝트는 더욱 발전했을 것이다. 현재 각국의 중앙은행이 디지털화폐 발행을 위해 일제히 움직이기 시작하는 이유는 블록체인의 획기적인 가치를 알아차렸기 때문일지도 모른다.(186쪽)

암호화폐 투기판에서 잔뼈가 굵은 사람이 아닌 일본의 전직 경제 관료이자 경제학부 교수님도 블록체인에 대해 이렇게 밝은 전망을 내놓고 있다. 각국 중앙은행 발행의 블록체인 코인이 결국 암호화폐 시장의 패권을 가져가지 않을까 하는 늬앙스이다.

정부와 대기업은 돈을 움직여서 국민과 사원을 조종하고 있다. 만약 자기네들이 쓰는 돈과 전혀 다른 형태의 화폐가 등장해서 이익 관점을 훼손한다면 가만히 있을 정부/기업이 있을까? 비트코인은 암호화폐의 특성에 따라 어느 나라의 어느 그룹이 가장 많은 양을 보유하고 있는지 그들이 스스로를 드러내지 않는 한 알 수가 없다. 하지만 현 시점에서 확실한 건 중국의 대형 채굴 업자들이 막강한 파워를 지니고 있다는 것이다.

비트메인(Bitmain)은 전세계 채굴 기업 중 가장 큰 규모라는 평가를 받고 있으며, 전력비가 싼 중국 서부의 신강(新疆) 지역에 9만 명의 채굴자를 배치한다는 소문이 들리는 곳이다. 진짜 광산도 아닌, 컴퓨터 채굴기가 24시간 365일 가동되는 사막 가까운 어느 곳에서 수만 명의 노동자가 분주히 일한다는 상상을 하면 어쩐지 등골이 오싹하다.

국가의 정통 관료나 대기업 임원진이 보기에 이들 채굴업자는 사기꾼 해커로 여겨질 듯하다. 따라서 블록체인 기반 화폐의 대권을 이들에게 넘겨주지 않으려는 노력도 꾸준히 일어날 것이다.

★ 결론

3년전인 2015년 12월 11일, 1 비트코인의 가격은 51만7천원이었다. 이게 2년 후에는 2천1백만원으로 40배 뛸거라 예측한 사람이 얼마나 될까? 현재 비트코인은 3백6십만원 정도인데, 이게 가격의 마지막 추세라고 말할 수도 절대 없다.

암호화폐 시장은 개인이 예측할 수 있는 범위를 넘어서 있는 것 같다. 예측이 맞는다 해도 운이 좋은 것일 뿐이다. 다만 대세는 ‘블록체인’ 이라는 놀라운 기술이고, 특정 이익 관점에 함몰되지 않고 냉정히 미래를 바라보는 것이 가장 나은 거라고 생각한다.

 

비트코인의 성공 이유 – 암호화폐 쉽게 설명

 
최근의 비트코인 가격 폭등 사태를 바라보며 착잡한 마음이 들었다. 2년전 시작한 중국 주식 투자에서 경험했듯이, 타이밍을 일찍 잡지 못하면 돈을 벌기가 어렵다. 그래서 이미 놓친 것 같은 대박을 생각하며 혼자 울적해졌다. 하지만…
 
비트코인
 
상기 그래프는 톰슨-로이터, 블룸버그 등 세계 유수의 금융정보 분석 기관들이, 지난 40년간 일어났던 전지구적 금융자산 버블을 수치화 해서 내놓은 것이다. 이걸 보니 비트코인이 단시간에 얼마나 올랐는지 감이 잘 온다.
 
2015년 말에 투자해서 지금 뛰어 내렸으면 집도 차도 회사도 같이 달라졌을 텐데. 하지만 마음을 다잡고 암호화폐를 공부하며 투자 진입시기를 기다려 보기로 했다. 비트코인으로 대표되는 블록체인 화폐가 단지 한 번 떴던 투기 수단으로서 사라져 버릴 것 같진 않기 때문이다. 그렇게 믿는 이유는 아래와 같다.
 

1. 관리 주체가 없는 송금 – 화폐의 저비용 전지구적 이체

실물 화폐도, 예금이나 증권도 관리 기관이 필요하다. 국립은행, 민간은행, 민간금융투자회사 등이다. 이들이 우리나라 코스피 시가총액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무려 20%가량이나 된다.

MK 증권 : 금융업 올 시총 폭풍성장…은행株선 하나금융 증가율 1위

 
이렇게 큰 기관들이 빌딩을 임대하고, 설비를 갖추고, 직원들 월급 주고, 나라에 세금을 내고 하는데는 천문학적 돈이 들어간다.
 
암호화폐의 획기적인 점은 제삼의 관리 주체 없이, 즉 돈 많이 드는 기구 없이 낮은 비용으로 전세계 개인과 개인이 자산 거래를 하는 전대미문의 생태계를 만들었다는 데 있다.
 
비트코인은 특정 국가에 상장된 특정 기업을 모체로 돌아가고 있지 않다. 창시자는 ‘사토시 나카모토’라는 일본계 미국인으로 추정되는 미스테리한 인물이다. 인류 역사상 집도 사고 땅도 살 수 있는 화폐가 실체 없는 민간인으로부터 비롯된 적은 없었던 것 같다. 이렇게 황당한 일이 가능했던 것은 그가 발명한 수단이 개인 스마트 기기가 지배하는 시대에 맞는 안전하면서도 획기적인 컨셉을 표방했기 때문이다.
 

2. 블록체인 (block chain) – 화폐의 신용성 보증

만일 자신이 찍힌 몰카 야동이 <소라넷> 같은 곳을 통해 전국에 유통되고 있다는 상상을 해본다면, 생각만으로 모공이 송연해진다. 인터넷은 익명으로 야동을 포함한 수 많은 데이터를 무한정 공유할 수 있기 때문이다. 만약 이런 집단 공유의 가능성을 전자화폐의 신용성을 위해 쓴다면 어떨지.
 
블록체인은 인터넷을 통해 기록되는 공공 거래 장부이다. 암호화폐의 전체 거래 리스트를 끊임없이 업데이트 하게 되는데, 각각의 기본 단위인 ‘분산 노드’의 기록은 독립적으로, 거의 실시간으로 개정되기 때문에 거래 내역을 조작해서 이익을 챙기려 하는 해커의 공격에 대응할 수 있다.
 
지구상에서 가장 뛰어난 해커 집단이라도 전세계 PC와 스마트 기기에 퍼져 있는 특정 야동을 모두 지울 수는 없을 것이다. 블록체인은 수많은 개인이 보유한 다른 종류 스마트 기기의 각기 다른 보안 암호와 방화벽에 의해 보호되고 있고, 한 곳의 노드에서 에러가 발생하거나 해커 공격이 들어와도, 다른 다수 노드의 데이터를 통해 정보 신뢰성(전체 장부의 거래 기록)을 확인할 수 있기 때문에 조작이 불가능에 가깝다. 만약 먼 미래에 대규모 조작을 할 수 있을 정도의 파워를 지닌 해커집단이 등장할 지라도, 조작자 보다는 정직한 채굴자가 되는 편이 그들의 이익에 더 부합하게 될 확률이 높다.
 

3. 채굴 (mining) – 화폐의 가치하락 방지

비트코인을 얻는 방법은 크게 세 가지이다. 암호화폐 거래소에서 국가 공인 화폐를 통해 구매하거나, 비트코인 거래 샵에서 현물과 교환하거나, 고성능 컴퓨터를 돌려 채굴(mining) 하는 것이다. 작업증명이라고도 불리는 ‘채굴’은 컴퓨터를 통해 복잡한 수학문제를 푸는 것이다. 수학문제의 난이도는 채굴량이 증가할 수록 계속 높아지고 있다. 장난으로 그러는 게 아니라 그렇게 해야 점점 발행량이 줄고 자연스레 화폐 가치하락(인플레이션)을 방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암호화폐 거품론을 주장하는 측의 입장을 들어보면, 비트코인은 실체가 없는 게임머니 같은 것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대표적 실물 화폐인 미국 달러화도 1971년 금본위제가 폐지된 이후로는 국립은행이 양적완화가 필요하면 더 찍어내는 상징적 신용 담보물로 기능하고 있다. 금본위제가 아예 없었던 우리나라 원화는 더더욱 상징적인 종이 화폐이다. 국가가 존립하면 그 가치가 인정되고, 전쟁으로 망하게 되면 가치가 다시 종이 가격으로 돌아갈 것이다. 그렇다면 관리주체 없이, 인터넷 서버만으로 돌아가는 비트코인은 어떤 가치 폭락 가능성을 가지고 있을까?
 

4. 암호화폐 경쟁자들 – 비트코인의 운명을 결정하리라

이더리움(Ethereum)은 비트코인에 자극을 받아 탄생한 야심찬 프로젝트이다. 똑같이 블록체인에 기반하지만 화폐(코인)의 거래에만 중점을 두지 않고, 전자 계약 혹은 거래 내역을 블록체인에 기록하는 프로토콜로도 기능한다. 이더리움이 대중화된다면, 개인이 계약 내용을 정하고 발행한 채권을 P2P로 거래하는 환경이 만들어질 수 있다. 대형 은행이나 금융투자기관이 들으면 싫어할 미래이다. 그래서인지 JP 모건, 마이크로소프트, IBM 등의 대기업들까지 이더리움 기반의 소프트웨어 네트워크에 테스트 협력사로 참여하여 실용성을 검증하고 있다. 막을 수 없는 대세로 판단된다면 그들로서도 지분참여를 해서 이익을 지키려 할 것이다.
 
블록체인이라는 신개념이 발명되었으니 이더리움 이외에도 다른 무수한 경쟁자들이 등장하리라는 것은 쉽게 예상된다. 이들이 경쟁하는 과정에서 암호화폐의 양적 팽창으로 인한 인플레이션이 발생해 생태계가 몰락할지, 아니면 다른 돌파구를 찾을지는 오직 시간이 지나보아야 알 것 같다.
 
마지막으로 일본 동경대 교수이자 대장성 관료 출신의 경제학자 노구치 유키오作 <가상통화 혁명>의 책구절을 옮겨보겠다. 2014년이라는 이른 시간(비트코인 시세 폭등 1년전)에 시대흐름에 민감한 사람은 이미 이런 선경지명을 가졌다는 사실이 놀랍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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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사람은 비트코인이 중앙은행의 관리를 받지 않으므로 통화일 수 없다고 말한다. 또 금 같은 물적 자산의 보증이 업기에 신뢰할 수 없다고 말한다. 이 두 가지 측면에서 비트코인은 지금까지 인류가 축적해온 통화의 상식을 거스르는 존재이며, 따라서 언젠가는 파멸할 것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금의 보증이나 중앙은행의 관리가 통화의 필요조건인가 하면 그렇지는 않다. 예금통화는 중세 이탈리아의 환전상에서 시작되었는데, 이때 이미 통화는 금화가 아닌 상태였다. 물건에서 정보로 진화한 것이다. 그리고 17세기까지는 중앙은행이 없는 통화 제도가 계속되었다.
 
…IT 혁명 자체가 회귀적인 성격을 강하게 띠고 있다. 산업혁명 이전의 세계, 즉 소규모 독립 자영업자의 경제로 회귀하는 움직임이라고도 할 수 있다. ‘시대의 위대한 순환이 또다시 시작되는’ 것이다. 산업혁명은 그때까지의 가내수공업을 공장제 기계공업으로 바꿔놓았다. 동력을 사용해 기계를 움직이게 되면서 공장의 규모는 점점 커졌고, 다양한 산업에서 단일 기업이 원료 조달부터 최종 제품의 제조에 이르기까지 모든 작업을 직접 하는 수직통합 방식이 채용되어 대기업이 경제를 지배하게 되었다.
그러나 IT는 원칙적으로 이런 움직임을 역전시킬 수 있다. PC를 이용할 수 있게 되면서 작은 조직이나 개인도 기존의 대형 컴퓨터와 같은(혹은 그것을 능가하는) 계산 능력을 보유하게 되었다. 인터넷이 통신 비용을 크게 줄여준 덕분에 수직통합을 분해해 수평분업 체제를 구축할 수 있게 되었다. 이것은 집중에서 분산으로 이행한다는 의미에서 과거의 모습으로 회귀하는 것이다. 다만 이 경우에도 목적은 낡은 경제로 역행하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기술이 뒷받침된 분권 경제의 구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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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상통화라는 것을 알았을 때 나는 ‘동방 박사의 방문’을 떠올렸다. 마태복음(2장 1~13절)을 보면 예수의 탄생을 안 동방 박사들은 별의 인도를 받으며 베들레헴에 도착해 세 가지 선물을 예수에게 바쳤다. 선물 중 두 개는 약이었고 하나는 황금이었다.
나는 왜 가상통화에서 ‘동방 박사의 방문’을 떠올렸을까? 그 이유는 가상통화가 IT 혁명의 세 번째 선물로 생각되기 때문이다. 첫 번째 선물은 개인용 컴퓨터이고, 두 번째 선물은 인터넷이다. 이 두 가지는 이미 세계를 크게 바꿔놓았다. 다만 이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았다. 경제활동에는 항상 송금이라는 행위가 동반되는데, 이 송금과 관련해 기존의 체제가 계속되는 한 앞에서 이야기한 ‘산업혁명 이전으로 회귀’는 완전한 형태로 실현될 수 없다. 그러나 지금 컴퓨터 기술의 결정체인 새로운 통화가 세계를 바꾸려 하고 있다. 이 혁명이 성공한다면 현대의 동방 박사는 방문한 목적을 달성할 것이다.
2014년 5월 노구치 유키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