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평천국의 난 I – 중국 역사상 가장 기이한 사건

신의 아들 II Farvahar001예전에 이단 종교 단체라고 불리는 곳에 잠시 몸을 담근 적이 있다. 그 곳은 간판은 정통 교회였지만 실상은 교단 설립자 목사님을 새로운 그리스도로 추종하고 있었다. 교회에 입회하자마자 “우리 목사님은 그리스도시다!” 라고 말해주지는 않는다. 성경공부를 같이 많이 하고 교회 사람들과도 충분히 친해진 다음 그 놀라운 비밀을 가르쳐준다. 필자는 교회에 들어온지 3개월 만에 들었다. 십 년이 지났지만 아직도 그때의 머리가 하예지는 기분을 잊지 못하겠다.

어떻게 멀쩡히 눈 앞에 보이는 중년 남성을 신(神)으로 믿는 믿음을 공유할 수 있는지 궁금할 수도 있다. 하지만 경험해본 결과 이건 무척이나 자연스러운 현상이었다. 이 공동체 안에서 일원들은 서로 형제 자매처럼 살고 있었다. 급하고 칙칙하게 돌아가는 사회에서 절대 경험 못하는 동지애를 누린다는 점이 아주 특별하다. 게다가 그들은 하나님 나라를 위해 싸운다는 믿음 아래 엄청난 열정을 뿜고 있었다. 즉 확실한 인생의 목표를 얻음으로써(너무 비현실적인 것이긴 하지만) 행복해했고, 그래서 밤낮없이 새 그리스도를 위해 일했다.

믿을 만한 친구가 없어 외롭고, 인생의 의미를 못 찾아 허무한 사람은 매력을 느낄 수 밖에 없는 단체가 된 것이다. 그렇게 이단 단체에서 이상한 경험을 한 이후로 종교성이라는 것에 대해 궁금증을 가지고 많은 책을 읽었었다. 그 중 19세기 중국에서 일어난 태평천국의 난 은 특히 눈길을 끌었다. 대청제국(大淸帝國)과 태평천국(太平天國)이 벌인 1850년부터 1864년까지의 15년 내전으로 2천 만 명으로 추산되는 사망자가 발생했다. 1 세계사 전체를 통틀어 가장 많은 사망자를 낸 내전(內戰)이다. 이것만으로도 특별하지만 중국 역사상 유일하게 기독교적 신정혁명을 표방한 반란이라는 점이 더욱 특이하다.

유교는 중국 춘추전국시대 말기 제자백가의 하나인 유가(儒家)로 등장하였고, 전한(前漢)의 무제(武帝) 때 정식으로 국가의 학문이 되었다. 이후로 마오쩌둥의 공산정권이 들어서기 전까지 2천 년에 가까운 세월 동안 중국의 지배 이데올로기 역할을 했다. 태평천국은 이 정도의 역사와 기반을 가진 사상을 단번에 뒤집어 엎으려고 했다. 그들은 기독교 여호와 신을 천부상제(天父上帝)로, 총수인 홍수전(洪秀全)을 천왕(天王)으로 내세웠고 놀랍게도 15년 동안 중국 양자강 남부를 석권했다. 이 기이한 천하대란(天下大亂)은 홍수전이라는 과거 낙방생이 열병에 걸려 꾸었던 환몽(幻夢)으로부터 시작되었다. 아래는 조너선 D. 스펜스 저작의 <신의 아들>에서 옮긴 단락이다. 중국사를 전공한 미국 예일(Yale) 대학 교수였던 저자는 홍수전의 꿈을 묵시록 성격을 띈 고대 종교와 연관 지어 설명한다.

홍수전과 그의 신도들을 엄청난 파국으로 이끈 계시적인 환몽의 근원은 기원전 2천년 전 경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이 무렵에 계시적인 환몽이 나타나기 전에도 또 다른 형식의 신앙이 많은 문명에서 성행했다. 이런 현상은 대체로 이집트 문명, 메소포타미아 문명, 인도이란어파 문명에서 매우 두드러졌다. 이런 신앙이 과거를 이해하는 방식에 의하면, 만물은 한쪽에는 질서와 번영의 힘을 가지고 있고, 다른 쪽에는 암흑, 혼돈, 파괴의 힘을 가지고 있다. 만물은 또 이 두 힘 사이에서 미묘하면서도 지속적인 균형을 보여 왔다.

기원전 1500년경에는 우리가 천년왕국이라고 부르는 신앙의 유형이 나타나기 시작했다고 볼 수 있다. 이런 신앙 유형은 조로아스터 또는 차라투스트라로 잘 알려진 페르시아의 예언자가 처음 만들어 낸 것으로, 그는 자신이 창시한 신앙에서 최후의 세계가 나타날 가능성을 약속했다. 최후의 세계란 ‘혼돈이 없는 질서의 세계’이자, 역사를 초월하여 영원히 평화로운 무결점의 ‘경이로운’ 세계이며, 아무도 도전할 수 없는 신이 통치하는 변치 않는 제국이었다.

이제 다가오게 될 파괴의 시대는 가까운 미래의 어떤 특정한 시기로 정해졌다. 이 조짐은 질병, 기근, 폭군의 학정으로 나타났고, 종종 거대하고 파괴적인 대홍수를 동반했다. 거룩한 구세주와 그의 명령을 받은 현세의 영도자의 안내에 따라 소수의 인류만이 이 혹독한 시대에 살아남을 수 있었다. 이 기간이 끝나면 신앙이 있는 사람들은 자신들의 이상적인 공동체 안에 함께 모여, 언제까지나 평화롭고 조화롭게 살아갈 것이었다.

Notes:

  1. 질병과 기근으로 인한 사망 포함. 출처 Taiping Rebellion, Britannica Concise, “Necrometrics.” Nineteenth Century Death Tolls. Wikipedia에서 인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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